자본 통제 3일째…숨통 막히는 그리스 경제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 2015.07.03 14:15
구제금융 연장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그리스 당국은 은행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자본 통제에 나섰다. 실시 3일이 지난 현재 이 같은 방편의 댓가가 점점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 경제활동은 거의 중단 상태에 빠진 한편 시중은행들에선 여전히 예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개인의 일일 ATM(자동입출금기) 출금 규모를 60유로로 제한하고 해외 결제를 엄격히 규제하는 등의 방책을 실시 중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국제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합의가 부재 상태인 현 상황에서 이 같은 자본 통제는 장기적인 구제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새 지원책 없이는 그리스 정부와 시중은행 모두 자금 고갈을 피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유럽 싱크탱크 브뤼겔의 건트람 울프 소장은 "자본 통제가 길어질수록 이로 인한 타격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 통제는 단순히 자본 유출을 막는 것만이 아니라 그리스 국내외 자본 거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스내 신용카드 및 온라인결제에는 영향이 없지만, 전문가들은 많은 그리스인들이 일상 쇼핑에서 현금 사용 빈도가 높아 자본 통제로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매크로폴리스의 마노스 기아쿠미스 연구원은 "소비 감소 뿐만 아니라 투자 및 수출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외국기업들도 그리스의 자본 통제 상황에 맞춰 사업을 조정하고 있다. 아일랜드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자본 통제로 신용카드 거래에 어려움이 생기자 그리스 고객들에게 현금 결제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FT는 외국업체들이 그리스 사업부문 매각을 지속할지 여부가 더 큰 우려점이라고 지적했다. 자본 통제로 인해 해외 거래시 그리스 당국의 승인이 필요해진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까닭이다. 법무법인 엘리아스파라스케바스의 디미트리스 파라스케바스 총괄파트너는 "해외에 자회사를 두고 있지 않은 그리스 기업들은 해외 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해당 기업이 외국업체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이상 이는 타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본 통제로 그리스 세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기아쿠미스 연구원은 "세수의 많은 부분이 월말에 들어오는데 이번 은행들의 휴업은 이 기간과 일치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세급 납무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모간스탠리의 다니엘레 안토누치 유럽담당 선임연구원은 "심각한 재정난으로 인해 그리스 정부는 차용증서(IOU)를 발행해 비용 충당에 나설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이중통화가 그리스 국내에 돌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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