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르다?" 12조 추경으로 3%대 성장률 지켜낼까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정진우 기자 | 2015.07.03 09:01

[2015 추경예산안]충분한 재정보강 이뤄졌지만, 재정건전성 '빨간불'

"확실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거시경제 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습니다. 추경에 버금가는 12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예산도 확장적으로 편성하겠습니다."(2014년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충분한 재정보강과 확장적 거시정책을 통해 경제 외적인 충격을 극복하고 저성장·저물가를 탈피하겠습니다. 추경 등 '15조+α' 규모의 재정보강을 하겠습니다."(2015년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 경제사령탑의 입에선 똑같은 말이 나왔다. '거시경제 정책의 확장적 운용'이 '충분한 재정보강'으로 바뀌었고, '추경에 버금가는'이 '추경'으로 대체됐을 뿐이다. 처한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시점은 세월호 참사 100일째 되던 날로, 소비 침체 등 경기가 극도로 위축됐었다.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 역시 메르스와 가뭄 등으로 온 나라가 침체된 상황이었다.

경제지표들은 지난 1년간 등락을 거듭하며, 호재와 악재가 혼재됐다. 주가는 올랐고, 부동산 거래도 늘었다. 하지만 5분기 연속 0%대 성장과 6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 7개월 연속 0%대 물가 등 악재도 많다. 제자리 걸음처럼 느껴진다. 1년이 지나는 사이 '추경에 버금가는 12조원의 재정 투입'은 실제 '12조원 규모의 추경'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지난해 예산을 20조원 늘리면서 거시경제 정책을 확장적 기조로 가져갔지만, 예상치 못한 메르스와 가뭄 등이 우리 경제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추경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추경 12조 등 22조 재정보강...충분한가?= 지난달 말 정부가 '충분한 재정보강'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숫자는 '15+α'조원였다. 이날 정확한 숫자가 22조원으로 나오자 일각에선 이번 재정보강이 충분한 수준인지 의구심을 나타낸다. 지난해 이맘때 46조원 이상(12조 재정투입 포함)의 돈을 풀겠다고 했던 정부였던 탓이다. 당시 최 부총리는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며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 주택시장 정상화 등 46조원이 넘는 고강도 부양책을 발표했다.

문제는 지표상으론 큰 효과가 없었다는 것.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도 마찬가지다. 46조원이 넘는 재정정책에도 풀이 죽어 있는 경제가 2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으로 살아나겠냐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처럼 추경 규모가 20조 이상 되는 슈퍼추경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12조원 규모의 추경으론 경기 살리기에 역부족이다"고 지적했다.

정부 안팎의 시각은 다르다.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끌어모은 돈을 모두 풀었다는 입장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재정투입이 12조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가용한 자원을 모두 모아 2배 가까운 22조원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추경에 의미를 뒀다. 직접 돈이 스며들어가는 추경의 효과는 '추경에 버금가는 재정정책'을 뛰어넘는다는 분석이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도 "정부에서 이번에 실제로 가용한 자원을 모두 경기 활성화에 쏟아부었다"며 "충분한 재정보강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땐 기금 등 직접 투자보다 간접투자가 많았다"며 "이번엔 세출확대 6조2000억원 등 약 15조원이 직접 투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경으로 성장률 추락 막겠다는데...= 올해 경제정책 방향은 지난 5월 말을 기준으로 메르스 전과 후로 극명하게 달라졌다. 메르스 사태 전만해도 3%대 초반 성장을 예상하며, 경제정책을 짰다. 하지만 메르스로 모든게 뒤엉켰다. 소비는 추락했고, 경제 전반이 극도로 위축됐다. 메르스가 앗아간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로,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결정적으로 추경을 추진한 배경이다. 이번 추경을 통해 올해 0.3%포인트 정도의 성장률이 올라갈 것이란 게 정부의 전망이다. 정확히 메르스가 잠식한 부문이다. 경제성장률 2%대 후반과 3%대 초반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차이는 엄청나다. '충분한' 재정보강 덕분이다. 재정 투입이 충분하지 못했을 경우 2%대 후반이었을 성장률을, 결국 3%대로 만들기 위해 재정을 '충분하게' 풀었다는 의미다.정부 관계자는 "추경 등 재정보강 대책을 통해 3%대 성장을 예상한다"며 "일자리도 12만4000개 가량 늘어나는 등 경제 전반에 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이다. 이번 추경 등으로 재정은 악화된다. 관리재정수지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2.1%(-33조4000억원)에서 -3.0%(-46조8000억원)로 당초보다 -0.9%포인트(-13조4000억원) 떨어질 전망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관리재정수지는 -5%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엔 -4.1%였다. 경제위기시와 비교하면 양호하지만, 재정여건이 썩 좋은건 아니다. 국가채무가 늘기 때문이다. 국가채무는 GDP대비 35.7%(569조9000억원)에서 37.5%(579조5000억원)로 당초보다 1.8%포인트(9조6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담때문에 메르스 사태 이전엔 가급적 추경을 자제하려고 했다. 한차례 경험을 한 박근혜 정부는 재정건전성 훼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3년 17조3000억원을 추경을 했다. 그해 재정수지 적자규모는 20조원을 넘었고, 국가채무도 2012년 443조1000억원에서 489조8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방 차관은 "추경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GDP대비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페이고 법안을 비롯해 재정준칙 등 각종 재정건전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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