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부 갈등이 결국 폭발했다.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만류에도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재차 나오자 김무성 대표가 "그만하자"며 회의를 끝내버렸다. 그 과정에서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충돌로 당장은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기류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당청 협의는 물론, 당내 회의까지 파행되면서 버텨야 하는 유 원내대표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태의 발단은 김 최고위원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또다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다. 김 최고위원은 "오늘도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사람 앞에서 매일 이런 말을 한다는게 고통스럽다"며 "유승민 원내대표가 용기있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당초 새누리당은 지난달 30일 긴급 최고위원회와 전날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 등을 통해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유 원내대표의 결정을 기다리자는 데 의견을 모은 상태였다.
김 최고위원이 이 같은 지도부의 방침을 무시한 채 유 원내대표 사퇴 촉구 발언을 강행하자 회의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던 회의는 말을 아끼던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입을 열면서 폭발했다. 원 의장은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가지고 긴급 최고위를 개최한 지 3일 밖에 안 됐다. 유 원내대표가 고민해 보겠다고 했는데 1주일을 못 기다리느냐"며 "해도 너무한다"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또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이) 당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되고, 유 원내대표가 합리적 결정을 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입장 바꿔 생각하는 미덕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 의장이 발언을 마치자 김 최고위원이 곧바로 "한 말씀 드리겠다"며 발끈했다. 이에 김무성 대표가 "하지말라"고 발언을 허락하지 않았으나 김 최고위원은 "잘못 전달되면 안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김 대표는 "회의 끝내겠습니다. 회의 끝내"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회의장을 떠났다.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김 대표를 향해 "이렇게 할 수 있느냐"며 부당함을 호소하려 했으나 이인제 최고위원이 "김 최고, 고정해"라며 제지에 나서고 서청원 최고위원도 김 최고위원의 팔을 붙드는 등 김 최고위원에 동조하지 않았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회의 참석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이 중에 김 대표와 가까운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X새끼"라며 김 최고위원의 행동에 대한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다른 새누리당 당직자 역시 김 최고위원에 대해 "지X하네"라면서 냉소를 보내며 회의장을 나갔다.
한 여당 의원은 회의가 이례적으로 파행된 것을 두고 "새누리당의 현재 위기 상황을 보여준다"고 걱정했다.
김 대표는 이후 외부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생각할 시간을 주고 그러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라며 "유 원내대표도 그런 의사를 밝혔는데 그 새를 못참고 연일 비판을, 공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당 지도부 정도 되면은...얘기 안하겠다. 그만합시다"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유 원내대표는 이런 속에서도 묵묵히 업무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취에 대해선 여전히 말을 아꼈다.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당 운영이 계속 파행될 경우 유 원내대표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새누리당 내부 갈등은 논란 끝에 3일로 확정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또한번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이번 운영위에선 유 원내대표가 위원장으로서 의사봉을 잡고 이병기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업무·결산보고를 한다. 질의응답에선 유 원내대표 거취와 국회법 개정안 논란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야당의 공세는 물론, 당내 갈등, 당청 충돌까지 재현될 수 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청와대측과 유 원내대표의 공수가 바뀌는 자리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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