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혈세 700억 투입된 국립대 기자재, 사용실적은 '0'건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 2015.07.03 10:23

교육부의 국립대 관리·감독 부실로 막대한 세금 낭비 지적

전국 국립대가 최근 5년간 단 한 번도 사용조차 하지 않고 창고에 쌓아놓은 각종 기자재 규모가 무려 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일부는 장비를 운영할 수 있는 기술자가 없는데도 일단 수억 원을 주고 사는 경우도 있어 교육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머니투데이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10~2014 국립대 고가 실험실습 기자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동안 전국 39개 국립대를 통틀어 아예 가동하지도 않은 장비 94개를 구입하는데 투입된 금액만 무려 216억7600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기간 도입된 5000만원 이상 기자재 중 고작 '10회 미만'으로 사실상 사용됐다고 보기 힘든 경우는 모두 305건, 구입한 액수는 510억원에 달했다.

작년만 놓고 보면 국립대 의대와 이공계 등에 필요한 장비 구축을 위해 들어간 돈은 총 681억1000만원이다. 주로 학부생 교육과 실습용으로 사용하는 '5000만원 미만' 기자재에는 450억원, 대학원 석·박사 과정과 같은 전문분야 연구용으로 잡힌 '5000만원 이상'에는 231억1000만원이 쓰였다.

그러나 한국교통대가 7억735만원을 들인 전자현미경은 '활용준비'를 이유로 시동 한 번 못 걸어 봤다. 5억원을 준 한국해양대의 전자탐침 마이크로 분석기도 여전히 '활용준비'상태로 남아있다.

또 1억4118만원의 자동유전자분석기를 보유한 공주대는 제대로 써보기도 전에 고장 났다.

서울과기대는 11억3628만원을 주고 핵자기공명분광기를 들여왔으나 미활용 사유로 '활용준비'라는 궁색한 답변을 했다. 창원대는 지난 2012년 3억원에 육박하는 유도결합플라즈마 질량분석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방치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립대가 기자재를 마치 '눈먼 돈'을 쓰듯이 들일 수 있는 배경에는 일단 구입하면 교육부의 관리나 감독이 소홀한데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 꼽힌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열악한 교육재정이 더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박홍근 의원은 "수억 원을 훌쩍 넘는 기자재는 소모성이 아닌 만큼 지속적인 활용이 중요하다"며 "교육부는 예산배정은 물론, 구매관리, 성과평가까지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게끔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국립대의 사회적인 역할을 고려하면 이른바 기자재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교육부 차원의 패널티 방안 등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수억 원의 기자재를 방치한 것만으로도 심각한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교육부는 국가재정의 누수가 없도록 방만한 국립대에 대해 정부사업 참여 제한 등의 제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교육부는 실태조사를 토대로 국립대 인근 지역 연구소 등과 '기자재 공동사용 활성화 방안' 등 대책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내에 장비를 관리하는 정규직 직원을 확충하거나 채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국립대들에게 연초에 구체적인 활용계획을 받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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