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글로벌 신자유주의의 종언

머니투데이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 2015.07.03 03:21
역사적으로 보면 인류는 지난 10년간 가장 잘 살았다. 가령 세계 GDP는 2000년 32조달러에서 2008년 61조달러로 2배 성장하면서 2010년 세계 인구의 평균소득은 약 1만600달러로 2000년 평균소득보다 25%나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과 풍요는 1980년대부터 불어닥친 신자유주의의 세계적 확산 결과로 간주된다. 규제와 간섭에서 벗어난 시장 주체들이 범지구적 시장을 대상으로 한 자유로운 축적활동을 경쟁적으로 추구한 것의 결과가 지난 10년의 성장과 풍요였던 셈이다.

하지만 데이비드 하비는 신자유주의 시대 이러한 세계적 풍요를 ‘강탈에 의한 축적’이라 부른다. 양극화로 표현되는 한 계층에 의한 다른 계층의 강탈, 선진국에 의한 개도국의 강탈, 현 세대에 의한 미래 세대의 강탈, 인간에 의한 자연의 강탈 등에 의한 세계적 성장은 그 이면엔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 법칙이 작동한다고 한다.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는 성장자원과 과실이 특정 국가, 지역, 계층, 부문에 집중돼서 한편으로 계층 양극화 등 불평등이 심화되고 다른 한편으로 이로 인한 사회적 수요 위축을 초래해 성장잠재력(동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신자유주의식 강탈적 축적은 성장자원과 잠재력을 소진해서 세계 경제가 장기적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 등을 특징으로 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를 맞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형성되는 새로운 경제적 규준이란 의미의 ‘뉴 노멀’은 IT 거품이 꺼진 2003년 미국 벤처캐피탈리스트 로저 맥나미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08년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안이 그의 저서 ‘새로운 부의 탄생’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를 뉴 노멀로 일컬었다. 금융위기 발발 이전에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기반으로 한 자유무역과 규제완화가 표준이었다면 금융위기 이후엔 정부·가계·기업의 광범위한 부채 축소로 나타나는 저성장, 저소득, 저수익률 등 3저 현상이 새로운 표준이라고 한다.

글로벌 신자유주의에 의해 떠받혔던 성장동력이 소진되면서 들이닥친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 고위험, 규제강화, 미국 경제역할 축소 등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에 나타나는 뉴 노멀의 증거로 읽혀진다. 그로스는 최근 뉴 노멀을 넘어 패러노멀(paranormal)이란 개념까지 제시하고 있다. 어떤 이론과 가설로도 설명 되지 않을 정도로 경제가 무기력 상태로 빠져들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뉴 노멀은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경제권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신흥경제권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추세로 나타난다. 2013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 세미나에서 로런스 서머스 미 하버드대 교수(미국의 전 재무장관)은 이를 ‘신 구조적 침체’(new secular stagnation)라 불렀다. 구조적 장기침체는 신자유주의식 경기팽창 이후 국면으로 그 일차적 원인은 만성적 수요 감소에 있다. 즉 만성적 수요부족으로 인해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면서 구조적 침체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저성장은 글로벌 신자유주의의 종언과 더불어 나타나는 뉴 노멀의 가장 중요한 징표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피케티에 따르면 1913년부터 100년 동안 평균 경제성장률은 3.0%였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이는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이었다고 한다. 인류경제는 저성장이 정상이라고 한다. 피케티는 지금부터 2100년까지 세계경제 성장률이 1~1.5%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졌지만 자본수익률은 역사적인 평균인 4~5% 대를 유지한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거나 자본수익률이 높을수록 자본소득의 점유비율은 더 커지는 데 뉴 노멀은 이 양자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보다 정확히는 생산요소 중 자본이 노동보다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소득(자본소득)을 가져감으로써 초래된 사회적 유효수요 위축이 성장률 둔화의 주된 까닭이 된다. 우리의 경제도 뉴 노멀을 피해갈 수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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