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거래소 상장하면 차익 얼마나 내놓을까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15.07.02 15:22

[거래소 지주회사체재 개편]금융당국과 주주간 이해 조율 필요

한국거래소가 IPO(기업공개)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그동안 거래소 지분 처분에 애를 먹었던 증권사들의 시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주주들의 상장차익 일부를 거둬들여 공익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라 금융당국과 증권사간 이해 조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거래소 지분 취득가 산출, 현실적으로 가능할까=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2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지주회사를 상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상장 시에는 금융위의 승인 절차를 거쳐 상장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한다.

상장 전에는 거래소 주주들의 일부 상장차익을 모아 공익기금을 설립할 예정이다. 그동안 거래소는 독점적으로 사업을 영위해온 만큼 상장차익의 전부를 기존 주주가 사적으로 향유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시각이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주주, 자산평가전문가 등과 함께 별도의 논의기구를 구성해 상장차익 환수 규모, 공익재단 설립 등 활용방안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할 계획이다.

그런데 거래소가 여러 기관의 합종연횡으로 탄생해 주주들의 지분 취득 가격부터 산출하기 쉽지 않다. 가장 최근에 조직 형태가 변모한 시기는 2005년이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 선물거래소가 통합하면서 현재 형태의 한국거래소가 출범했다. 당시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는 회원가입금을 내는 형태였고 코스닥시장만 주식회사였다. 주주들간의 협의를 거쳐 통합 현재의 거래소의 지분율이 결정된 것이라 각 증권사의 실제 출자자금을 추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오랜 세월 동안 증권사간 M&A(인수·합병)를 통한 자산인수 등의 과정에서 각 증권사가 거래소 지분 가치를 얼마에 평가해 취득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다만 2007년 거래소 IPO 시도 당시 주주들이 자발적으로 1700억원을 출연키로 했던 일이 참고가 될 수는 있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자본시장발전재단 출연금을 조성하고 2000억원은 거래소가, 1700억원은 주주들이 조달키로 동의한 바 있다. 이 때 반대를 했던 주주는 한누리투자증권(현재 KB투자증권 전신), 중소기업진흥공단 정도였다. IPO가 무산되면서 출연금 규모에 대한 정부의 승인은 받지 못했지만 업계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주주간담회에서도 증권사들은 거래소 IPO를 강력히 희망했다"며 "취득 비용, 보유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당국, 업계와 함께 합리적인 상장차익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IPO는 금융위 승인 있어야..성장성도 관건=금융위는 환수할만한 상장차익이 없다면 공익기금을 설립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이 전세계적으로 14위를 기록할 만큼 성장해 출자 당시에 비해 차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거래소는 자본시장법상 상장시 금융위의 승인을 얻도록 돼 있다. 금융위가 주주들에게 상장차익 환수를 강제할 권한은 없지만,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주주들과의 협상력은 충분한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회사 전환과 상장차익 처리 방안 등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거래소 IPO는 이르면 내년 말께 이뤄질 예정이지만 금융위와 주주들이 이견을 보인다면 시기는 늦춰질 수 있다.

그렇다면 거래소의 시장가는 얼마가 될까.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증권사들이 기재하고 있는 거래소 지분의 장부가액 약 14만원이 PBR(주가순자산배율)이나 ROE(자기자본이익률) 측면에서 적정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증시 부진으로 거래수입이 많이 낮아져서다.

이베스트증권에 따르면 주당 14만원은 2013년 말 주당순자산(10만6000원) 대비 1.3배 수준이다. 거래소의 평균 ROE는 4.3%다. ROE 8%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나스닥의 주가는 올해 초 PBR이 1.3배였다.

거래소의 시장가가 장부가 수준으로 책정되고, 공익기금도 출연해야 한다면 거래소 지분을 계속 보유할 예정인 대형증권사의 경우 오히려 자본만 유출될 수 있다. 반면 중소형증권사의 경우 기금 출연에도 불구하고 자산을 현금화할 방안이 생겨 호재가 될 수 있다. 지분 1%만해도 280억원이다. 보유 지분에 따라 적게는 백억원대에서 많게는 천억원대까지 현금화가 가능하다.

또 최근 일평균거래대금이 증가하고 있어 올해 거래소 수입 증가가 기대되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이다. 실적이 개선되면 공모가가 높아질 수 있다. 거래소는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수익이 2828억원, 영업이익이 204억원, 당기순이익이 45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코스피시장 4조원, 코스닥 1조9700억원이었는데 이날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은 6조9500억원, 코스닥 4조8300억원이다.

증권사들의 M&A로 거래소 지분이 보유 한도를 초과하고 있는 점도 증권사들의 상장 니즈를 높이고 있다. 현재 거래소 최대주주는 NH투자증권(7.45%)이다. 우리투자증권 합병 이후 초과지분을 매각하지 못해서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아이엠투자증권 인수로 거래소 지분을 5.82%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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