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융교육, 학교에서 시작되어야

머니투데이 오순명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 2015.07.02 13:30
오순명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처장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문맹(illiteracy)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더 무섭다." 라고 하였다. 이는 현대 생활에서 금융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이에 주요 선진국들은 학교 교육에 금융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으로 금융교육 자문기구를 두면서, 43개 주(州)의 고교 교육과정에 금융을 포함시키고 있다. 영국도 2014년부터 11세~16세 아이들에게 금융교육을 의무화하면서 학교에서 실생활에 꼭 필요한 금융지식을 가르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는 금융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최근에 증가하고 있는 대학생 및 사회 초년생들의 금융사기 피해도 어릴 때 금융교육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금융감독원이 작년에 실시한「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1.9점으로, 중산층(69.2점)이나 고소득층(68.9)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는 저소득층의 아이일수록 금융 이해도가 낮은 것을 나타내며 부가 대물림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가정환경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이 고르게 금융역량을 키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학교에서 금융교육을 하는 것이다. OECD가 '금융교육은 학교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가능한 조기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고 교육과정에 금융의 내용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 더욱이 지난 4월에 발표된 2015 교육과정 개정시안(2018년 시행 예정)에는 금융에 관한 내용이 현행 교과서 보다 오히려 축소되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금융감독원은 2002년부터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방문교육, 현장체험 학습, 청소년 금융교실 등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금융역량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2014년)에는 약 17만명의 초·중·고 학생들에 대해 금융교육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금년 가을 학기부터는 금융회사와 공동으로 ‘1사(社) 1교(校) 금융교육’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하기에는 시간적,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플라톤은 교육의 방향이 훗날의 삶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내용을 학교에서 얼마나 충실히 배웠는지에 따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학생들이 성인이 됐을 때 필요한 금융지식과 올바른 소비습관 등을 갖출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금융교육의 학교 교과과정 정규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향후 개정될 초․중․고 교과서에는 금융의 내용이 보다 체계적이고 내실 있게 담겨져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금융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건전한 금융소비자로서 자라난다면 개인의 삶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시장 나아가 경제의 발전에도 초석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사회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금융 역량"의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분명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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