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영역까지 법에 담는다…野 '거부권' 대응 전략 모색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15.07.01 14:50

[the300]野 '시행령 논쟁 차단'…시대변화 대처 어려움 지적도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사태로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5.6.28/뉴스1 <저작권자 &#169;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률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정입법을 국회가 견제할 수 있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벽에 부딪힘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이 법률에서 시행령 범위까지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1일 국회법 개정안 논란과 관련 "지난달 28일 원내지도부 만찬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행정부에 위임하는 범위를 줄이면 논란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며 "현재 브레인스토밍 단계이기는 하지만 (그의 발언에서) 원론적인 수준이 아닌 실행에 옮기고 싶다는 의지가 엿보였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시 "거부권 정국을 일으키게 된 원인이 됐던 국회법 개정안에 관한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법을 고민하겠다"며 "국회 입법 메뉴얼을 미국의 경우처럼 시행령이 필요 없게끔 세세하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행령은 법률이 일일이 미치지 않은 세부적 내용을 행정부가 위임받아 만든 세부 규정이다. 이 범위까지 법률에서 구체화해 국회에서 통과시키면 모법을 뛰어넘는 시행령 논란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이 원내대표의 구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의 법률 중 헌법이나 행정법 등 일부 법률에서는 판례까지 법안에 포함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내용을 법제화해 구속력을 갖추는 것이다.

미국법을 전공한 입법조사처 소속 변호사는 "1996년 만들어진 텔레커뮤니케이션 액트(정보통신법)의 경우 우리의 시행령 범위까지 모법에 모두 담고 있는 대표적인 예"라면서 "통신의 발달로 예외사례가 늘어나면서 법의 내용도 점차 많아져 책 한 권 분량을 뛰어넘는다"고 설명했다.


야당이 이런 법안을 고민하고 있는 데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출구전략으로 내세운 국회법 개정안이 막히게 되면서다.
야당은 세월호 특별법의 시행령에 조사 대상인 공무원이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좌지우지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을 문제삼았고, 시행령이 모법에 위배된 경우 이를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여당과 합의해 처리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이 법안을 재의 요구하고 여당이 표결에 불참하기로 당론을 정하면서 특위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구성될 상황에 처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법안 내는데 피곤해지겠지만 세월호 특별법을 포함해 개정안을 낼 때마다 시행령(범위까지 포함한 개정안)을 내면 정부 쪽도 나중에 할 말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다.

문제는 구체적 사안까지 규정할 경우 법률의 경직성이 높아져 유연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개정을 하려해도 절차상 어려움이 따르다보니 사회변화에 둔감하게 대응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문법과 불문법을 혼용하는 미국 사례를 차용하는 것이 우리 현실에 맞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법안이 구체화되면 시대적 변화에 뒤떨어질 뿐 아니라 개정까지의 공백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행령 범위까지 법안을 구체화하는 것이 실제로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여야간 협상을 통해 이뤄지는 입법과정에서 시행령을 무력화하는 법안에 여당이 동의해줄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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