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돈 갚을 능력·의사 있었다면 사기 아니다"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 2015.06.30 12:00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1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돈을 갚을 능력과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 이후 그 돈을 갚지 못했더라도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46·여)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남편 B씨(47)에 대해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합의부에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 부부는 2005년부터 이곳저곳에서 돈을 빌려 부인의 동생과 함께 한 여행사에 투자를 했다. 그러나 자금사정 악화로 인해 직원들에 대한 급여도 제대로 지급할 수 없게 됐다. A씨의 동생은 채무 부담으로 자살했고 이들 부부는 이웃에 거주하며 25년동안 알고 지내던 이모씨로부터 돈을 빌렸다.

A씨는 이씨에게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가 부도위기에 있는데 돈을 좀 빌려 달라'는 등의 말을 해 총 7000만원을 빌렸다. 이후 이들은 이씨를 속여 돈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재판부는 A씨 부부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부부가 5억원 상당의 채무가 있었고 자신들 소유의 부동산에도 담보권이 포화상태로 설정돼 있었다"며 "이들이 돈을 갚을 의사가 없이 이씨로부터 돈을 빌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린 후 6∼7년이 지나도록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들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다만 "빌린 돈은 남편 B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부인 A씨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 부부가 돈을 빌릴 당시 돈을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에 돈을 갚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 부부가 돈을 빌릴 당시 재산 상황을 고려하면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A씨가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가 부도위기에 있다'고 말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씨를 속였다고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B씨가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많은 돈을 투자했으나 2008년 말 여행사를 폐업하고 그 이후부터 경제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사정을 종합해보면 A씨 부부가 돈을 빌릴 당시에 돈을 갚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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