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가 발생하면 투자에 소극적이기 마련이지만 CJ는 달랐다. 대표 사례가 바로 K팝 콘서트를 플랫폼 삼아 한국 콘텐츠와 한국 브랜드 제품을 알리는 한류 종합전시회인 '케이콘(KCON)'이다. 2012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사실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한류를 산업화하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자는 취지는 좋았지만 사업 초기 미국 주류사회의 한류팬 저변이 약했고 CJ 인지도도 낮았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했지만 후원 기업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12억원을 투입한 첫 케이콘 실적은 적자였다. 2013년 봄, CJ 경영진들이 모였지만 어느 누구도 적자가 난 케이콘을 계속 진행하자고 주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달랐다. 2013년 케이콘 투자 규모를 2배 늘리기로 결정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은 이 회장의 결정에 주목했다. 지난 3월 최고경영자(MBA) 과정에서 이 사례를 연구 과제로 삼았다. "경영자 마음속에 장기비전이 뚜렷하다면 적자가 나더라도 투자를 늘릴 수 있겠는가?"라는 난상 토론도 벌어졌다.
CJ는 지난해 케이콘 규모를 전년보다 2배 더 늘렸고 올해 또다시 2배 더 늘린다. 신형관 CJ E&M 상무는 "적자가 난다고 첫해에 케이콘을 접었다면 미국에서 한류문화가 확산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고 경영자의 강력한 투자의지가 뒷받침됐기에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수시로 강조해 온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달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듣게 만드는 것'이라는 CJ그룹 비전에도 한류 글로벌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