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국회마비…유승민 사과 불구 갈등지속, 野 '반발'

머니투데이 구경민 김성휘 박용규 기자 | 2015.06.26 14:59

[the300]與 친박-비박 갈등지속, 공세수위 높이는 野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위 2015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대통령이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일하고 있는데 여당이 충분히 뒷받침 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2015.6.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후폭풍이 거세다. 야당의 국회 '보이콧' 선언으로 26일 예정됐던 국회 상임위원회 의사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6월 임시국회 일정이 줄파행을 겪고 있다.

야당은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강도 높은 반발을 하고 있어 여야 대치 국면이 당분간 쉽게 완화되긴 힘들어 보인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자 사태 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 압박을 높이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하루만에 공식 사과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위원회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그는 "대통령 노력하는 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 데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며 수차례 박 대통령에게 사과를 표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경제활성화법을 외면해 온 국회에 대해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청와대 달래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탈당설에 대해선 "그런 일(탈당)은 절대 있을 수도 없고 있게 하지도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를 향한 청와대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해 당청 갈등을 풀어낼 숙제가 만만찮아 보인다. 또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당내 계파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청와대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로 여당 내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 얼굴로 자리하고 있다. 2015.6.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친박 인사들은 당 최고위원회를 통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론화할 예정이어서 여당 내 갈등은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계이자 청와대 정부특보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에 대해 "일단락 된 것이 아니다"며 "진정한 리더는 거취를 누구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유 원내대표가 지금과 같은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당·청의 갈등은 계속되고 의원들 간 불신이 더 쌓여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당·청 관계 악화가 계속 이어질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탈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암시했다.

반면 다수의 비박(非박근혜)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거부감이 강해 계파간 충돌로 당청 관계는 물론 대야 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끼칠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비박계인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의원총회에서 8대 2 정도로 유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되고 오히려 당청 단합의 계기로 삼고 새출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한 더이상의 당내 언급은 불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많은 의원들은 지금와서 특정인에게만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것은 '나도 같은 일을 저질렀는데 저사람 한테만 돌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박계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 역시 "당청이 원활한 소통을 하면서 여러가지 목표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 내 탓 네 탓을 하다가 자칫 계파 갈등으로 비화돼선 굉장히 어렵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과 여당에 칼 끝을 겨누면서 공세 수위를 높여갔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는 정부무능에 대한 책임면피용이자 국민적 질타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치졸한 정치이벤트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은 국회를 능멸하고 모욕했다"며 "'배신'이니 '심판'이니 온갖 거친 단어를 다 동원했다. 할 수만 있다면 국회를 해산해버리고 싶다는 태도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병헌 새정치연합 최고위원 역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모습을 "봉건군주제의 성난 여왕님의 모습"에 빗대어 말하며 "박 대통령은 자신을 봉건시대 여왕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6.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법 개정안 본회의 재의 여부도 향후 정국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재의결을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은 사실상 자동 폐기가 확정됐다. 반면 야당과 국회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의 키를 쥐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석현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부의장은 "염치가 어디가고 눈치만 남아 있다"며 "새누리당이 재의에 부치지 않고 서랍 속에 넣어 자동폐기시킨다는 건 살아있는 헌법을 사도세자처럼 뒤주에 넣어 질식사시킨단 뜻"이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의 키를 쥐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의장으로서 생각할 때는 정정당당하게 (본회의에) 들어와서 재의에 임하는 것이 맞다"면서 내달 1일 예정돼 있는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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