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추경의 정치경제학

머니투데이 이상배 박경담 배소진 박다해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 2015.06.26 05:50

[the300](종합)



메르스 추경, 연말 '세금전쟁' 전초전 예고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당정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과 가뭄, 세수결손에 대응한 10조원대 대규모 추가경정(추경) 예산안 마련에 합의했다.

여야 모두 추경 예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야당이 국채를 찍어 세수결손을 보전하는 세입추경에 반대하며 법인세 인상 등 증세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추경 예산안의 국회 통과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연말 정기국회에서 있을 여야 간 '세금 전쟁'의 전초전으로 비화될 공산이 크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추경 예산 편성 방안을 포함한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는 다음달초 추가 당정협의를 거쳐 추경 예산안을 확정한 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협의 직후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면 신속하게 국회가 통과시킨다는 큰 원칙에 합의했다"며 "추경은 메르스와 가뭄, 민생에 초점을 두고 세수결손, 재정적자, 국가부채에 대해 충분히 걱정하면서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추경 예산안은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한 세입추경과 메르스·가뭄 등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세출추경을 합쳐 총 10조원대 규모로 편성된다.

이는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 이뤄진 추경과 비슷한 규모다. 당시 정부는 세수결손 보전용 세입추경 12조원, 정부지출 확대용 세출추경 5조3000억원 등 총 17조3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당초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맞춤형 추경'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경기둔화로 세수결손이 악화되고, 메르스 등에 따른 소비침체가 심화된 점 등을 고려해 대규모 추경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변수는 야당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2일 당 최고위원들과 함께 발표한 특별성명에서 추경의 원칙과 방향으로 △예비비와 재해대책비 등 가용한 재원의 선행 △'세입보전 추경'이 아닌 메르스와 가뭄, 민생고 해결을 위한 ‘세출증액 추경’ △법인세 정상화 등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세입확충 방안 동시 마련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과 청년일자리 집중 지원 등을 제시했다.

국채를 찍어 세수결손을 보전하는 세입추경 대신 돈을 푸는 세출추경에 집중하는 한편 매년 반복되는 세수부족 문제는 법인세 인상 등 증세를 추경와 동시에 논의해 해결하자는 주장이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추경을 요청할 때에는 세수대책을 함께 가져와야 한다"며 "법인세 정상화 등 4년 연속 세수 결손에 대한 대책이 담겨야 한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이명박정부 이전 수준인 25%로 되돌리는 방안을 당론으로 내걸고 있다.

야당이 요구하는 세입추경 반대와 법인세 등 증세 모두 정부·여당과 부딪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세수결손으로 연말 예산이 부족해지는 '재정절벽'을 막기 위해서는 세입추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 뿐 아니라 여당은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문제는 시급성을 요하는 추경과 함께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법안심사소위원장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전화통화에서 "추경은 꺼져가는 경기회복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함인데, 여기서 법인세 등 증세를 논의하자는 건 액셀레이터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추경 예산안을 심의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여당 간사로 내정된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메르스와 가뭄으로 어려워진 내수시장의 문제를 공격적으로 풀기 위한 추경에는 일정 부분 공감한다"면서도 "동시에 세제를 건드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김재경 국회 예결위원장(새누리당)은 "추경 예산 편성은 메르스나 가뭄 등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긴급성을 요한다"며 "(단기간 내 결론을 내기 어려운) 법인세 등 세제 문제는 추경 예산이 아니라 본예산을 논의할 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11조 추경 하면 성장률 0.5%p↑…"'시기·용처' 명확해야"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 자리에서 메르스 사태와 가뭄 피해 확산에 따른 긴급 지원 대책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 등을 논의한다. 2015.6.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25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가뭄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10조원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결정하면서 관심은 추경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로 쏠리고 있다. 재정 정책은 가장 확실한 경기부양책이긴 하지만 일시적인 자금 투입인만큼 시기를 놓치고 사용처를 명확히 두지 않으면 효과는 미흡할 것으로 지적된다.

추경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는 과거 사례가 뒷받침한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2013년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3년 4월에 단행된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으로 경제 성장률이 0.367~0.384%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추경은 지난해에도 성장률을 0.239%~0.252%p 상향시키며 2년 연속 경기부양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추경 전 정부가 예상했던 경제 성장률 상승 수치는 0.3%p(2013년), 0.4%p(2014년)였다.

2013년 추경 편성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연이어 실시돼 더욱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재정 정책은 원화강세를 부추겨 수출을 악화시킬 수 있지만 금리인하가 결합된 추경은 그런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앞서 2003년 카드사태 때와 2008년·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추경과 금리인하 카드가 동시에 사용돼 경제 위기를 벗어나는데 한 몫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 발표된 기준금리 인하 시점부터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도 추경 효과를 옹호한다. 연구원이 추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재정지출승수는 0.498로, 정부지출을 100원 늘리면 국민소득이 49.8원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토대로 약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실시하면 경제 성장률이 0.5%p 증가한다는 게 연구원 분석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 자리에서 메르스 사태와 가뭄 피해 확산에 따른 긴급 지원 대책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 등을 논의한다. 2015.6.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경은 경기 부진으로 세금이 예상보다 적게 걷혔을 경우 편성하는 세입추경과 재해대책 지원·중소기업 및 서민층 지원·지역경제 활성화 등 일정한 사용처를 둔 세출추경으로 나뉜다. 여야는 이번 추경에 앞서 과도한 재정 정책이 재정 건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 세입추경은 최소화하고 가뭄과 메르스 대책에 집중한 '맞춤형 추경'을 제안한 바 있다.

추경이 효과를 거두려면 시기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추경은 최소 한 달 이상의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해 경기부양 효과를 제 때 거두려면 서둘러 집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추경실시가 늦어질수록 추가된 예산을 연말까지 모두 사용하지 못할 우려도 있다. 실제 2013년 추경은 미집행된 금액이 3조9000억원에 달했다.

정부 지출 계획을 짜임새있게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추가로 투입된 자금이 원래 목적과 다른 곳에 사용되면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추경 규모라는 게 어디에 돈을 쓸지 정하지도 않고 총액을 먼저 정하는 것은 일의 순서가 거꾸로 된 것"이라며 "메르스든 가뭄이든 민생이든 어떤 항목에 얼마의 돈을 쓸지 결정돼야 하는데 정부가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는 듯하다"고 지출 계획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추경이 만병통치약?…뒷사람들 갚아야 할 빚





추가경정(추경) 예산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 예상보다 세금이 걷히지 않아 모자라는 돈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려야 하는 지출을 위해 빚을 내 마련해야 하는 구조다. 4년 연속 세수 결손 사태가 전망되는 가운데 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가 증가하게 돼,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추경예산 편성규모 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추경예산 편성규모에 대해 "정부가 세입 부분은 5조 원 정도 얘기하고, 세출 규모는 딱 부러지게 10조 원이라고 얘기하지는 않고 5조 원+α 정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전체 추경예산 규모는 10조원대 규모로 예측된다.

그러나 문제는 세수부족이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수결손 규모는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 2014년 10조9000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늘어나는 빚은 모두 후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다.


메르스 사태 여파로 인한 내수부진이 계속되고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떨어지면 실제 하반기 걷히는 세금의 규모는 크게 줄어든다. 기재부는 하반기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당초 3.8%로 예상했던 경제성장률을 3.1%로 하향조정했다. 국내 민간연구소들도 올해 세수부족분을 6조~7조, 많게는 10조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쓰는 지출은 더 확대되고 있다. 지난 2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6월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4월말 기준 나라살림은 22조1000억원 적자가 발생했다. 중앙정부 채무도 52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재부는 지방정부 채무까지 합한 국가채무 규모가 올해 말 570조1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국고가 텅 빈 상태에서 지출을 늘리기 위한 방법은 국채발행 밖에 없다. 정부는 과거에도 추경 재원 대부분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했다. 2009년 28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 가운데 21조5000억원, 2013년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 중 15조8000억원이 국채발행으로 조달됐다.


대규모 국채가 발행되면 통화정책 차원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건 채권시장이다. 국채 물량이 시장에 과도하게 풀리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장기금리가 올라간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금리하락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국채발행량이 늘면 이자지출도 그만큼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기재부에 따르면 5월말 기준 국채잔액은 이미 532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9월 기재부는 올해 국고채 발행 규모를 102조7000억원으로 계획한 상태다.


'태풍 추경'에서 '슈퍼 추경'까지…추경의 역사


자료=한국조세재정연구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총 16차례의 추가경정(추경) 예산을 편성해왔다. 대부분 태풍 등 재해대책, 민생대책,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세입결손 보전 등을 위해서 였다.


현행 국가재정법상 추경 예산 편성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할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정해져 있다.

이번 추경의 경우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적 재해인 메르스 사태를 주된 명분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추경 편성 요건을 만족하는 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가재정법에 추경 예산 편성 요건으로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라고 돼 있는데 이 부분은 이제는 (개정에 대한)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며 "메르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구제역 등 사회적 재해가 피해가 더 크고 영향이 심대하게 미치는데, 자연재해에 한정할 필요가 있나 한다"고 말했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는 매년 추경을 실시했다. 그러나 2007년 이명박정부 이후 재정건정성 등을 강조하며 추경 빈도가 줄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과 1999년에는 실업대책, 구조조정 지원, 중산층 안정대책 등을 위해 매년 두 차례 추경을 편성했다. 2002년과 2003년, 2006년에는 태풍 루사와 매미 등으로 인한 재해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2조~4조원 가량의 추경이 편성된 바 있다.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추경이 편성된 해는 2009년이다. 당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총 28조4000억원에 이르는 이른바 '슈퍼추경'을 단행했다. 일자리를 만들고 민생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 였다.

이밖에 1998년에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두차례에 걸쳐 총 25조원을, 2013년에는 저성장 극복을 위해 17조3000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이처럼 대규모 추경 예산을 편성한 1998년, 2009년, 2013년엔 모두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추경 예산 편성 내역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세입결손보전(35.7%)이다. 경기가 부진해 정부의 예상보다 세수가 걷히지 못 했을 때 이를 메우기 위한 것이었다. 이어 재해대책(9.4%), 교부금 정산 또는 국채상환 등 의무지출(8.4%), 중산층 및 서민 지원(8.2%) 순으로 나타났다.


2013년 추경 예산의 경우 17조3000억원 가운데 12조원은 세입결손 보전을 위해, 나머지 5조3000억원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세출 확대에 편성됐다.

추경에 투입되는 재원은 주로 국채를 발행해 충당한다. 이밖에 지방교부세 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상환, 채무상환 등 세계잉여금과 한국은행 잉여금 등을 재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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