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품 제작부터 창업까지...다양한 창작공간들

머니투데이 테크M 편집부  | 2015.07.05 04:40
11살 초등학생이 팹랩 서울에 방문해 만든 굴러가는 차, 초소형 컴퓨터 아두이노로 제작했다.
시제품을 제작해보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리 주위의 메이커 공간을 방문해보자. 다양한 메이커 공간이 아이디어 구체화는 물론이고, 시제품 제작을 도와 창업으로까지 연결해준다.

메이커 공간은 제작 아이디어를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장소다. 아직은 국내 메이커 문화가 초기여서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강한 편이고, 기관별로 특징을 뚜렷이 나누기는 어렵다. 이는 메이커 문화가 정착되면서 장기적으로 차차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메이커 공간은 민간이 주도하는 ‘팹랩 서울’, ‘메이크존’ 등과 정부가 운영하는 ‘무한상상실’, ‘셀프제작소’, ‘K-ICT 디바이스랩’,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있다.
민간 부문의 대표적 메이커 공간인 팹랩 서울은 비영리단체인 타이드인스티튜트가 운영하고 SK텔레콤이 후원하는 제작공방이다. 팹랩 서울은 시제품 제작장비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메이커 문화 프로그램도 제작해 기타 여러 기관에 위탁운영을 하고 있다.

만들고 움직이고 시험까지
팹랩은 제작 실험실(Fabrication Laboratory)의 줄임말로 미국국립과학재단, MIT 비츠앤아톰 센터, 그래스루츠 발명그룹이 합작해 만든 소규모 작업장이다. 한국에는 2013년 타이드인스티튜트가 서울 종로 세운상가에 서울센터를 개소했다. 타이드인스티튜트는 한국의 첫 우주인 후보였던 고산 씨가 설립한 단체로, 팹랩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워크숍,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메이커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팹랩 서울은 3D프린터부터 비닐커터, 레이저커터, CNC머신 등 다양한 디지털 제작 장비를 갖췄다. 방문객도 다양하다. 방문객의 절반이 대학생과 직장인이지만, 연령대는 10대에서부터 70대까지 폭넓다. 최연소 방문객은 11살 초등학생으로, 오픈소스 하드웨어인 ‘아두이노’를 이용해 굴러가는 차를 만들었다.

팹랩 서울에는 초등학생부터 성인, 외국인 등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다.
방문객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우선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한다. 개인이 혼자 시제품을 제작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사설 레이저커팅 업체에서는 비용을 천차만별로 받는데다, 설계 이후의 작업에는 본인이 관여할 수 없다. 디자인에서 제작까지 전부 업체가 일임하기 때문에 제작자인 본인이 관여하기 힘든 아이러니한 상황에 봉착한다. 이와 달리 팹랩 서울에서는 재료만 본인이 가져오면 설계에서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직접 할 수 있다. 설비 이용료도 3000~5000원 정도로 저렴하다.

아직 운영 초기 단계여서 제작활동이 실제 창업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는 없다. 하지만 간접적인 성과는 있다. 팹랩 서울이 육성한 50여 개 팀 중 ‘닷(dot)’은 참가 후 투자가 이어지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팹랩 서울은 제작 장비 지원과 함께 메이커들이 만나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무박3일로 진행되는 메이커 축제 ‘메이커톤’이나 청소년 대상의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 ‘팹틴’, 전국 지방산간을 돌며 시제품 체험을 제공하는 ‘팹트럭’ 등은 팹랩과 각 기관이 메이커들을 위해 고안한 네트워킹 콘텐츠다.

김동현 팹랩 서울 매니저는 “온 국민이 제작 장비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전국 곳곳에 메이커 공간을 더 많이 만들고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예비창업자 지원 프로그램도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전담 관리하고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운영하는 K-ICT디바이스랩(이하 디바이스랩)은 예비창업자들에게 특화된 메이커 공간이다. 아이디어 구현에서부터 실제 창업까지 이어지도록 전 과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한다.

판교에 위치한 K-ICT 디바이스랩의 내부 전경.
디바이스랩은 보급형·산업용 3D프린터는 물론, 레이저커터나 CNC조각기, 전자현미경 등을 갖추고 있다. 적절한 검토만 거치면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시제품이 상품화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시험·인증·컨설팅을 제공하고, 투자유치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디바이스랩은 특히 미래부의 ‘K-ICT전략’에 기반한 창조경제 9대 전략산업 중 하나인 ‘스마트디바이스(스마트폰, 웨어러블 등)’ 제품화 지원에 특화됐다. 스마트 디바이스 제품 출시에 필요한 시험(PTCRB, GCF)이나 신뢰성 테스트(열충격, 진동), 이동통신 세대별(2G, 3G, 4G) 시험 등 예비창업자가 혼자서는 챙기기 어려운 시험 서비스까지 지원해준다.


스마트디바이스 중심이라고 해서 젊은 세대만 방문하는 것은 아니다. 40~50대 방문객도 많은 편이고, 환갑을 넘긴 여성이 방문해 사업화를 검토하기도 했다. 팹랩 서울과 마찬가지로 제품화할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디바이스랩은 지난해 12월 개소해 운영 초기 단계다. 팹랩 서울과 마찬가지로 아직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팀은 없다. 하지만 ‘K-GLOBAL 스마트 디바이스 공모전’과 같은 이벤트를 열고 참여를 지속적으로 촉구함으로써 내년부터는 뚜렷한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승무 디바이스랩 연구원은 “한국에서도 애플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디바이스랩을 통해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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