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 알콜중독, 자해…차원이 다른 '강남 문제아'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 2015.06.24 05:20

[잘나가는 강남, 막나가는 학생]<上>가족 불화와 학구열로 엇나가는 청소년, 학부모는 감추기에 급급

편집자주 | 소위 강남 3구로 불리는 강남·서초·송파 지역은 학부모의 자녀교육 의지가 뜨겁고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도 공부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는 학생은 꾸준히 나오고있다. 2014 서울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강남·서초·송파구에서 학교 부적응을 이유로 자퇴한 학생은 256명에 달한다. 이들 중 일부는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활용해 범법 행위를 저지르기도 한다. 혹자는 "1990년대 부모의 부를 바탕으로 퇴폐적인 문화를 즐겼던 강남지역 20대의 '오렌지족' 문화가 연령대를 낮춰 이식된 것 같다"고 평한다. 머니투데이는 총 2회에 걸쳐 강남지역의 학생 사례를 통해 현상을 짚어보고 그 이유와 해결책에 대해 고민해본다.

지난해 치러진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종료 직후 한 학교의 모습. 수많은 학생들이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는 학생은 몇 되지 않는다. 학구열 높기로 유명한 강남지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의 고등학교 3학년생 A군은 온라인 거래 사기와 불법 스포츠 토토에 참여한 혐의로 경찰서를 수차례 드나들었다. 경기의 승패나 순위만을 예측하는 합법 도박과 달리 불법 토토는 종목, 배당 조건이 다양하며 승리 배당률이 높고 연령대 제한이 없다. 이를 노린 A군은 한 달 용돈과 학원비 등을 불법 토토에 베팅해 3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벌었다.

A군은 이 돈을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에 투자했다. 아이템을 사서 능력치를 키운 후 이를 더 비싸게 파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A군이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 쓴 비용만 200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도박으로 돈을 탕진하면서 A군의 잔고는 0원으로 줄었다.

판돈이 부족해진 A군은 아이템을 판다고 게시글을 올린 후 돈만 받고 사라지는 온라인 사기 행각을 벌였다. 때문에 피해자에게 고소를 당한 적도 있다. A군은 "경찰서를 몇번이나 왔다갔다 했지만 부모님이 손 쓴 덕분에 모두 기소유예 처분으로 끝났다"며 "이 과정에서 부모님의 간섭이 너무 싫어서 욕도 했고 칼로 찔러 죽이겠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일부 강남 지역에서 일어나는 청소년 비행은 고소득층 학부모의 사회적 지위, 부와 연관이 있다. A군의 사례와 같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청소년이 쉽게 저지르지 못하는 문제도 이 지역에서는 종종 벌어진다.

특유의 학구열 때문에 엇나가는 청소년도 있다. 중학교 때까지만해도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에 나갈 정도로 공부에 관심이 많았던 강남구 고등학교 1년생 B군은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들과 처음 술을 마신 후 알콜 중독에 빠졌다. 1주일 중 6일 이상 소주나 양주 한 병 이상을 마셔야만 마음이 편해졌다.

B군은 "중 2 때부터 엄마의 간섭이 버겁게 느껴졌고 이후부턴 학교나 학원 수업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미래가 걱정되면서 우울해졌고 이를 달래기 위해서 담배와 술이 주는 쾌감에 의존했다"고 말했다.

B군의 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아들을 말리길 포기했다. 아들과 부딪힐 때마다 아들이 폭력적으로 변했고 때로는 자해까지 하는 걸 보면서 '차라리 술을 마시게 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군은 최근 한 달 째 학교를 아예 안 나가고 있다.


부모와의 불화는 학생들이 통제불능 상태로 치닫는 데 불을 지핀다. 서초구의 중학교 3학년생 C군은 게임 중독 때문에 자신을 다그치는 부모님이 싫어 올초 2주간 가출한 적이 있다.

C군은 매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게임에 매달렸다가 학교에 결석하는 일이 잦아지며 부모와의 관계가 틀어졌다. C군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약까지 먹어가며 특수목적고에 입학하려 했던 노력은 생각지도 않고 몰아세우기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C군은 "'너(엄마) 같은 것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다' '당신 오장육부를 육포로 만들어 아빠 회사에 택배로 보내겠다' 등의 잔인한 말로 공격할 정도로 엄마가 미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녀의 비행 사실이 미래와 직결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를 쉬쉬하는 데 급급하다. 결국 학생들은 계도의 기회마저 잃게 되는 셈이다.

강남구 한 고교의 관계자는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이 한두 달 무단결석하더라도 이를 교사 권한으로 덮어주는 경우까지 있다"며 "부모들이 비행 사실을 숨기려고만 하니 아이들은 반성할 시간을 박탈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초구 중학교의 관계자는 "인근 지역 학내에서 학생이 일으킨 문제 대부분은 학부모가 학교와 협의해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린다"며 "강제 전학, 퇴학, 제적 등 처벌 받는 학생은 가해 내용이 매우 심각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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