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는 혁신 중…디지털시대 생존 전략은?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5.06.22 06:00

[김신회의 터닝포인트]<57>'변곡점' 맞은 월마트…'준비된 CEO' 맥밀런의 혁신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최고경영자)/사진=블룸버그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과연 얼마나 클까.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춘은 월마트를 3년째 미국 500대 기업 순위 1위로 꼽았다. 지난해 매출이 4857억달러(약 538조1556억원)로 2위인 석유회사 엑손모빌보다 1030억달러 많았다. 월마트를 국가로 보면 경제 규모가 노르웨이와 오스트리아의 중간인 세계 28위쯤 된다.

인력도 엄청나다. 월마트는 전 세계에서 미국 국방부와 중국 국방부 다음으로 많은 인력을 고용했다. 27개국, 1만1000개 매장에 걸쳐 220만명에 이른다. 매장 크기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2배나 된다.

거대한 몸집은 월마트에 큰 도전이기도 하다. 월마트가 올해 매출을 평범한 수준인 3%만 늘리려 해도 145억달러를 더 벌어야 한다. 미국 500대기업 중간 순위 기업의 한 해 전체 매출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월마트가 올해 매출을 1% 늘리기도 어렵다고 본다. 중국 사업 확장 속도가 더뎌진 데다 미국 내 동일점포 매출 증가세는 이미 6분기 연속 제자리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경쟁 환경도 과거 어느 때보다 험난해졌다. 타깃, 코스트코는 물론 패밀리달러와 달러제너럴 등 저가 할인 유통업체들도 경기침체 덕분에 급성장했다. 아마존을 비롯한 전자상거래업체들의 부상은 더 위협적이다. 월마트의 매출이 3년 전에 비해 8.6% 늘어나는 동안 아마존은 매출을 2배 이상 늘렸다. 전문가들은 특히 아마존이 소비자들의 성향을 바꾸며 유통업계에 파괴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역사적인 변곡점에서 월마트를 이끌게 된 더그 맥밀런 CEO(최고경영자·48)의 경영전략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포춘은 지난 15일자 최신호 커버스토리에서 맥밀런이 월마트에서 창업자 월튼 이후 가장 준비가 잘 된 CEO라고 평가했다. 맥밀런은 월마트 산하 회원제 유통업체인 샘스클럽과 월마트 인터내셔널의 CEO를 거쳐 지난해 2월 월마트의 새 수장이 됐다. 그는 월마트 본사가 있는 아칸소주 출신으로 고등학교 때 월마트 창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경영대학원에 다니고 있던 1990년 제품구매 담당 견습사원으로 월마트에 입사했다. 출근 첫날 낚시도구 관련 서류 더미에서 '월마트가 파는 낚싯줄이 K마트보다 비싸다'는 내용의 '포스트잇' 메모를 발견한 일화는 유명하다. 메모는 월튼의 것이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최고운영책임자)는 맥밀런이 일상적인 업무를 면밀히 챙기는 동시에 보다 큰 그림 아래 혁신을 주도하는 보기 드문 CEO라고 평가했다.

맥밀런은 월마트의 변화를 위해 전자상거래에 집중하고 있다. 월마트의 웹사이트가 아마존보다 불편하다는 한 배송기사의 지적이 큰 자극제가 됐다. 실리콘밸리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의 월마트 전자상거래 사업부 인력은 현재 2500명으로 4년 전에 비해 5배 늘었다. '월마트닷컴'에서 살 수 있는 제품도 3년 전 100만개가 현재 700만개로 늘었고 올해 말에는 1000만개에 이를 전망이다. 맥밀런은 월마트닷컴을 오프라인 매장처럼 업계 최고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맥밀런에겐 별도의 '디지털 전략'이 없다. '모든 것을 위한 전략'(everything strategy)이 있을 뿐이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 온라인의 강점인 '스피드'를 결합하는 다채널(omni-channel) 전략이 핵심이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언제어디서나, 어떤 방식으로든 쇼핑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월마트는 여러 가지 실험을 벌이고 있다. '월마트 픽업 그로서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본사 인근에서 처음 문을 연 '월마트 픽업 그로서리'는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미리 주문한 제품을 지정된 장소에서 차에 실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월마트는 온라인 주문 제품을 기존 매장을 통해 전달하거나 직장인들이 퇴근 시간에 차에 실어갈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실험하고 있다. 아마존의 회원제 무료배송 서비스인 '프라임'과 비슷한 서비스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맥밀런은 남들보다 먼저 혁신을 시도하면 실패하더라도 배울 게 많다는 입장이다. 실리콘밸리의 신생기업들은 이를 '빠른 실패'(fail fast)라고 한다. 맥밀런은 월마트에 이런 혁신 문화를 옮겨 오기 위해 실리콘밸리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가운데 맥밀런은 지난 2월 최저임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 조치는 타깃을 비롯한 경쟁사의 임금인상을 촉발했지만 월마트가 곧 근무시간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 속에 2개월 뒤 배관문제를 이유로 매장 5곳을 폐쇄하자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맥밀런이 지난해 챙긴 연봉이 1940만달러나 된다는 사실도 노동계의 화를 돋웠다. 월마트는 올해와 내년에 최저임금을 각각 9달러, 10달러로 높이기로 했지만 노동계는 15달러를 요구한다.

맥밀런은 중요한 것은 결국 ‘고객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걸 전해주라’는 월튼의 지침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서비스 개선이 고객들의 매장 경험을 극대화해 월마트의 기업 이미지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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