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노인, 때리는 자식, 무관심한 자식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 2015.06.21 07:00

[취재여담]방임은 또 다른 학대…노인학대 17%가 '방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무료급식을 기다리고 있는 노인들/ 사진=뉴스1
"지들도 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래. 안 찾아오고, 관심 못 갖는거 다 이해해."

지난 15일 노인학대인식의 날을 맞아 노인학대의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만나 본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대를 하는 자녀를 제외한 다른 자녀들에 대해 서운하지는 않으시냐고 물었을 때 나온 답이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노인학대는 주로 가정 내에서, 아들에 의해 어머니가 맞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보통 부모와 함께 사는 자녀가 학대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자녀들은, 이를 방관합니다.

방관의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망나니 오빠를 끊어내지 못하고 데리고 사는 엄마가 답답하다"며 알콜중독자 오빠에게 얻어맞는 어머니와의 연락을 끊은 딸, "먹고 살기 빠듯하다"는 이유로 형제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어머니에 대한 지원이나 연락을 끊은 아들도 있었습니다.

이미 장성해 가정을 꾸려 독립한 자녀들은 나이 든 부모를 방관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월 몇만원의 용돈을 쥐어드리고, 명절 때 꼬박꼬박 찾아가면 자식된 도리를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식들이 '자식된 도리'를 다 하고 있다는 자기위안 속에서 살아갈 때, 노년의 부모는 뒤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삶이 바쁜 자녀들에게 내 문제까지 더 얹어줄 수 없다는 부모의 마음이 노인들을 학대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 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노인들은 '베이비붐' 세대를 낳은 부모들입니다. 한 가정 당 7~8명씩 자녀를 낳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러나 열심히 키워놓은 수많은 자식들은 하나 둘 제 살길 찾아 떠나고, 부모가 학대를 당해도 관심도 갖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사실 노인학대에는 이렇게 부모를 챙기지 않는 '방임' 또한 하나의 유형으로 포함돼 있습니다. 노인학대는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학대 △경제적 학대 △방임 △유기로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신체적 학대에 국한해 학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취재해본 결과 나머지 문제도 신체적 학대 못지 않게 심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방임'의 문제를 단순히 반성해야 할 '무관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방임은 심각한 학대 중 하나입니다. 점차 독거노인 수가 늘어나면서 방임으로 인한 노인학대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부양의무자가 있지만 그들이 역할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실제 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진 노인들도 많습니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14년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학대 판정된 노인학대 건수 중 17%가 방임이었습니다. 이렇게 방임의 문제는 전체 노인학대 문제에서 간과할 수 없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혼자 사는, 혹은 형제와 함께 사는 부모님을 챙기지 않는 것은 엄연한 '학대'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내 부모에게 하는 행동은 내 자녀들이 보고 배워 그대로 할 거라는 생각으로 부모를 챙긴다면, 학대당하는 노인들도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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