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총, 국민연금 자문 지배구조원 '고심'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15.06.22 06:05

"작년부터 국내 대표기업 지배구조 문제 잇따른 점 감안해야" VS "삼성그룹의 특수성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를 1개월 가량 남겨둔 가운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에 대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하 지배구조원)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배구조원은 내달 17일 합병안건이 상정되는 주총을 2주 앞둔 내달 3일까지 국민연금에 합병안에 대한 찬반여부 권고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지배구조원은 2002년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자본시장 유관단체들이 공동출자해 설립했다. 국민연금 뿐 아니라 국내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요 상장사의 주주총회 의안을 분석, 해당 안건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정리해 보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의안분석 서비스 업체인 ISS가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안건분석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13.15%로 삼성그룹 지분(13.65%)에 육박할 정도여서 국민연금의 찬반의사 표명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성사를 결정지을수 있다. 다만 다수 글로벌 투자자들이 ISS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반면, 국민연금은 지배구조원의 권고안을 참조한 후 국민연금공단 자체 의결권위원회에서 찬반여부를 결정짓는다는게 차이점이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이 합병비율(1대 0.35)을 현재 시장가로 산정한 것은 현행법에 따른 것인데 그렇다고 합병 당사자들의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글로벌 기준을 무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이미 삼성물산 지분의 30% 이상이 외국인 주주들의 손에 놓여있고 한국 자본시장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개방된 지도 이미 20년이 넘었다"며 "ISD(투자자-국가소송) 가능성은 차치하고서라도 글로벌 기준을 도외시하고 삼성 측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게 맞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부터 국내 대표기업들에게서 지배구조상 심각한 문제점이 잇따르며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급격히 싸늘해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9월 현대차가 10조5500억원에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한 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해 주가도 폭락한 것은 최대주주의 의사결정을 견제하지 못하는 이사회의 무기력에 기인했다는 게 지배구조원의 판단이다. 아울러 국내 1위 금융그룹인 KB금융의 내분사태나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도 지배구조의 취약성이나 오너의 전횡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반면 우리 경제에서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내부의견도 있다. 삼성전자 1개사가 코스피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이상이며 제일모직, 삼성물산 등 다른 상장사들을 합하면 비중이 30%를 훌쩍 웃돈다. 3세승계 과정에서 잡음으로인한 지배구조 취약화는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배구조원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외에도 현대차그룹, SK그룹 등에서도 3세승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며 "삼성그룹의 재편 및 승계과정과 맥이 닿아 있는 이번 사안의 향배는 여타 그룹의 승계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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