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과 책임론' 별개… 새누리 '국회법 출구전략'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15.06.19 17:17

[the300]"사실상 대통령 불신임" 해석… 총선 앞두고 책임론 차단 주장 대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집무실을 찾아 정의화 국회의장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에 대한 논의를 마친뒤 나서고 있다. 2015.6.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에 대해 사실상 불신임을 보인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거부권 행사와 지도부 책임론을 연결시키면 안된다는 현실론적 주장도 대두하고 있다.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당내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부산 지역 재선 국회의원인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일각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떠오르는 분위기를 비판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을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민식 의원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거부권이라는 것이 아주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 행정부 수반의 입장에서는 취할 수 있는 조치이고 이해 못할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과거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달리 당의 정체성이나 핵심정책에 대한 이견이 아니라 순수한 법률해석의 문제로 법률해석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과잉의미를 부여해 혹시라도 이것을 ‘지도부 책임론'으로 견강부회하는 것은 분열을 조장하는 분파주의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존중하면서도 유 원내대표가 책임론에 휘말리지 않아도 될 '윈윈(Win-Win)' 전략을 위한 논리를 제시한 것이다.

박 의원을 비롯해 중립적 입장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 같은 주장에 공감을 표한다. 기본적으로 국회법 개정안 문제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비화될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 원내대표가 당내에서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 선거에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하는 탓이다.

수도권의 한 비박(비 박근혜)계 의원은 "내년 총선까지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 유 원내대표 책임론과 그 거취 문제에서 가장 큰 변수"라면서 "이런 식으로 원내대표가 바뀌면 수도권은 총선 못치른다"고 잘라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 내용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 중에서도 일부 의원은 지도부 책임론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한 새누리당 의원은 "이정현 의원도 지도부 책임론에는 반대라고 하더라"며 "윤상현 의원 말고는 사실상 지도부 책임 문제를 거론하는 의원은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승민 원내지도부에 대한 박 대통령의 불신이 사태의 본질이라면 이 같은 해법이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당장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각종 법안 처리 과정에서 당청 간 불통으로 진통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야당과의 협상 역시 흔들릴 수 있어 원내대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핵심은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불신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식 요구한 바 있는 한 새누리당 의원은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결정하면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둘 중 한 명은 물러나야 하는 문제가 된다"며 "그럼 대통령이 물러나야 하나"라며 상황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 역시 이번 사태가 불거진 후부터 원내대표직 사퇴를 신중하게 고민해 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와 관련한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뜻을 비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새누리당 의원은 "한 가지 방향을 선택했다기 보다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놓는 차원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가운데 그동안 국회법 개정안 문제에 대해 당내 중재 역할을 맡아왔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연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태도를 보여 주목된다. 동시에 그동안 '유승민 책임론'에 선을 그어왔던 입장에서도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위헌성 논란에 대해 "정부의 입장에서 법제처에서 검토해 입장을 밝힐 것이고, 정부에서 확실하게 입장을 취하면 맞춰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도 "다수의 헌법학자들이 '위헌성이 있다'고 이야기해서 난감한 상황"이라며 "대통령 입장에서 위헌성이 분명한데 그걸 결재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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