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장 '샅바싸움'에 42일 노는 국회, 개원 때마다 홍역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15.06.19 05:53

[the300][런치리포트-상임위 변해야 정치가 바뀐다(하-상임위원장)]③힘겨루기 단골메뉴…국정운영 발목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24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완구 국회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상설특별원원장 선거결과를 의결하고 있다. 2014.6.24/뉴스1
#. 2012년 총선을 마친 여야는 19대 국회 원구성을 앞두고 팽팽히 맞섰다. 새누리당은 정무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와 당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중 한개 상임위를 야당에 넘겨줄테니 야당 몫인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야당은 법사위원장은 당연히 야당이 갖고, 핵심 3개 상임위 중 한 곳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정기한을 40일 넘긴 7월9일에야 본회의를 열고 새누리당 10곳, 민주통합당 8곳 등 18개 상임위원장을 확정했다. 이 기간동안 전세자금 지원,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등 현안과 관련된 108개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위원장의 권한과 역할이 크다보니 여야 지도부는 유리한 상임위를 차지하려고 안간힘이다. 이 과정에서 민생법안이나 국회운영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현행 국회법상 상임위원장 및 위원의 임기는 총선 후 선임된 날로보터 임기 개시 후 2년이 되는 날까지로 한다. 임기 만료 기준일은 5월29일이다. 다음 상임위원장을 이때까지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법정기한 내 원구성을 마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18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13대 국회 이후 14번의 원구성 중 가장 빨리 이뤄진 때는 18대 국회 후반기다. 정해진 날보다 9일 늦게 원구성을 마쳤다. 반면 14대 전반기에는 125일이나 늦어졌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당적이탈과 중립내각구성 선언으로 대선을 앞둔 김영삼 민자당 총재와의 애매한 관계가 국회일정에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은 민자당이 집권당 프리미엄을 상실한 만큼 동등한 자격으로 원구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민당은 대선일을 이듬해 1월로 연기할 것을 요구하는 등 소용돌이 정국이었다.

평균적으로 원구성은 국회의장 선출보다 20일가량 더 걸렸다. 국회의장의 선출기간이 국회법 기준일 이후 평균 22.8일이 소요된 반면 원구성 기간은 평균 42.2일이 소요됐다.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을 심사·처리하는 법사위나 정부 예산을 심사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원내 상임위 권력의 정점이다.


19대 전반기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올린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영선 당시 법사위원장이 상정을 거부한 것이나, 지난 5월 이상민 위원장이 법사위를 통과한 57개 법안에 대해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예결위 역시 지역예산과 연계되어 있는 만큼 가장 경쟁이 치열한 상임위다. 위원장으로 선출되면 '다음 총선은 따논 당상'이란 말이 공공연하다. 5월 새누리당 몫인 예결위원장에 김재경 현 위원장과 주호영 정보위원장이 크게 맞붙기도 했다.

국회법이나 국회규칙에 상임위 정수만 나와있을 뿐 여야가 어떻게 상임위를 배분할 지 정해진 게 없다. 의석수에 따라 교섭단체간 합의를 통해 관행에 비추어 정해진다. 그동안 국회는 운영위를 여당이, 법사위를 야당이 가져가곤 했지만 이 마저도 협상 테이블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정해진 룰이 없다보니 4년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기싸움이 원구성 지연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원구성 지연은 국회 신뢰도 하락과 연결된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스스로 만든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슈와 논점'을 통해 "원구성은 국회의 작동을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명분으로도 지연사태를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 조사관은 "후반기 원구성이 지연될 경우 전반기 국회의장 및 상임위원장의 임기를 다음 선출자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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