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스톡옵션이 제 기능을 하려면

머니투데이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이사 | 2015.06.18 06:00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이사

이제까지 수출 대기업이 국가경제 성장을 주도한 우리나라의 성공방정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추격형 성장을 넘어 선도형 성장을 하려면 신기술로 신산업을 일으키는 기술창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독일의 히든챔피언 같은 글로벌 강소기업들이 국가경제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급인력의 흐름이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이나 유명 연구소에도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우수 인재들이 기술벤처기업에 유입될 수 있도록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톱클래스 인재들이 대기업을 마다하고 벤처대열에 합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톡옵션을 통해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초기 벤처기업은 핵심인재들에게 적은 연봉을 주는 대신 싼 값에 회사의 주식을 살 권리, 즉 스톡옵션을 주고 나중에 회사가 상장하면 그 권리를 행사하여 주식을 취득한 후 주식시장에 팔아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스톡옵션제도는 몇 가지 중대한 결함이 있어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몇 년간 리스크를 감수하고 적은 연봉으로 자신의 청춘을 투자한 만큼 스톡옵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이 충분한 인센티브를 가져다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행사가격(주식구매가격)이 충분히 낮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행사가격을 시가와 액면가 중 높은 금액으로 하도록 되어 있다. 시가는 기업의 시장가치에 해당하며 투자자가 구매하는 우선주가격이다. 스톡옵션을 통해 구매하는 보통주는 적어도 우선주 가격의 4분의 1 이하라야 매력이 생긴다. 정부가 나서서 행사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은 스톡옵션의 기능을 떨어뜨릴 뿐 아무런 순기능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주식을 구매)할 때 주식의 평가가치와 행사가격의 차이를 소득으로 간주하여 소득세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은 과세의 원칙에 어긋나며 양도세가 아닌 소득세를 매기는 것은 투자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당연히 소득이 실현되었을 때, 즉 주식을 매각하였을 때 과세를 해야 한다.


또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주식도 직원이 기업의 가치가 낮았을 때 입사하여 적은 연봉대신 받은 것이므로 초기 투자자처럼 자신의 돈을 투자하여 주식을 낮은 가격에 산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은 우수인재가 벤처기업을 외면하도록 할 뿐이다.

작년 말 과세문제가 약간 개선되었지만 충분치 않다. 연간 1억원 이하의 행사가격에 한하여 1년 이상 보유한 스톡옵션에는 소득세가 아닌 양도세를, 행사시점인 아닌 매각시점에 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년간 대기업과의 연봉차이가 수억원 이상 날 수 있고 벤처기업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1억원 이하의 스톡옵션으로는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대개 스톡옵션은 주식을 매각하여 차익을 실현할 수 있을 때 행사하게 되는 것인데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1년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항은 부당하기 짝이 없다. 특히 회사가 M&A(인수합병)되어 스톡옵션이 갑자기 자동으로 행사되면 아예 이러한 개선안이 적용될 여지도 없게 된다.

아울러 스톡옵션을 발행한 기업에 주식보상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이다. 현재의 낮은 가격으로 나중에 주식을 살 권리를 부여하는 것 자체는 아무런 비용을 수반하지 않는 행위인데 이를 비용으로 간주하여 회사의 수익을 떨어뜨리는 것은 회사에 불이익을 가져다 줄 뿐이다.

결론적으로 비상장 벤처기업의 경우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와 같이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투자자와 동일한 과세기준을 적용하도록 하며 주식보상비용도 실질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혹자는 스톡옵션이 편법 증여나 상속에 남용될 것을 우려하지만 이는 사후에 충분히 가려내서 처벌할 수 있다. 오남용을 우려하여 스톡옵션제도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며 창조경제의 싹을 자르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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