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이 준 무위험차익거래 "삼성물산 팔고, 제일모직 사고"

머니투데이 이병찬 이코노미스트 | 2015.06.18 14:58

[숨고르기]삼성물산·제일모직을 이용한 무위험 차익거래(arbitrage) 활용법

편집자주 | 변동성이 점점 커지는 금융경제 격변기에 잠시 숨고르며 슬기로운 방향을 모색합니다.

/자료=한국거래소,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땡큐, 엘리엇!"

지난 4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어쏘시어츠(엘리엇)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일시적으로 형성된 비정상적인 주가를 활용하면 기관투자가나 전문투자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무위험 차익거래(arbitrage)를 일반 개인투자자들도 별다른 어려움없이 실행해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1대 0.35로 결정된 5월26일부터 6월3일까지는 제일모직 대비 삼성물산의 상대적 주가비율이 0.34 ~ 0.35 배 범위 내로 움직여 합병비율인 0.35와 큰 괴리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전문적인 시스템을 구비한 투자자가 아니면 차익거래를 통하여 이익을 볼 수 없었지요.

그런데 엘리엇의 경영참여공시가 있던 4일부터는 삼성물산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 제일모직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평가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16일까지 제일모직 주가의 0.364배 이상을 유지하면서 전문투자자는 물론이고 개인투자자도 차익거래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차익거래의 구조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고정된 합병비율(0.35)과 주가에 따라 변동되는 시장가격비율과의 괴리가 차익거래에 따른 거래비용을 초과하면 기회가 발생합니다. 평소에 차익거래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 합병과 같은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복잡한 컴퓨터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단순한 계산기만 가지고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번과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삼성물산 주식 100주를 현물로 빌려서(삼성물산 같은 대형주식은 증권사에서 간단하게 빌릴 수 있습니다) 매도하고, 저평가된 제일모직을 35주 매수하는 것입니다. 합병이 예정대로 성사되면 매수한 제일모직 주식으로 빌린 삼성물산 주식을 현물상환하면 됩니다. 너무나 쉽죠.

예를 들어, 6월5일 종가기준으로 제일모직은 19만7000원이고 삼성물산은 7만6100원으로 1대 0.386입니다. 제일모직 35주를 689만5000원 매수하고 삼성물산 100주를 761만 원에 매도하면 매매차익은 71만5000원이 확정됩니다. 여기에 거래수수료(0.1%), 세금(0.3%), 대차기간이자(연4.0%) 등을 합쳐서 8만 원정도를 차감하면 63만5000원의 차익을 위험 없이 챙길 수 있게 됩니다.

이론상 수익률이 9% 이상이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하여 다소 미숙하게 차익거래를 실행한다손 치더라도 7~8%의 차익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편, 합병결정까지 기다리기 여려운 투자자의 경우에는 반대매매(보유중인 제일모직 매도, 공매도한 삼성물산 매수)를 통하여 차익거래를 청산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자신이 차익거래를 일으킨 시점의 상대주가비율 보다 낮게만 실행하면 차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위의 예에선 반대매매 시점의 상대주가비율이 0.386 보다 낮으면 무위험 차익을 얻게 되는 셈이지요. 운좋게도 상대주가비율이 0.35보다 떨어지게 되면 당초 기대했던 차익보다 더 큰 이익을 챙길 수도 있습니다.

통상적인 합병의 경우는 주가의 움직임이 합병비율과 근사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차익거래의 기회가 흔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일모직·삼성물산의 경우엔 느닷없이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고 나오면서 무위험 차익거래이익의 기회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엘리엇의 공격으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삼성물산 주가가 크게 상승, 이런 무위험 차익거래가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초기 차익거래이익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실제로 합병이 무산되고 두 주식의 주가가 최악의 상황 즉, 매수한 제일모직 주식이 하락하고 매도한 삼성물산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초기 이익이 버퍼가 있어서 순손실로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합병무산을 염려한다면 합병결정일 전이라도 반대매매를 통해 얼마든지 차익거래를 완전히 청산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와같은 상황 즉, 손실가능성은 미미한데 이익가능성은 훨씬 큰 기회가 발생하면 똑똑한 투자자들은 놓치지 않고 달려듭니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공매도수량이 6월3일 5486주에 불과했으나 엘리엇의 공격이 시작된 4일엔 20만9815주로 급증했고 15일까지 매일 10만주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투기적 거래도 있겠지만 위와 같은 차익거래가 상당부분 포함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중에는 비록 소규모이지만 눈치 빠르고 스마트한 개인투자자들의 차익거래도 분명 포함돼 있을 겁니다.

엘리엇과 같은 빅 플레이어가 일시적인 단기차익보다는 큰 차익을 노리고 이번 합병의 헛점을 파고들자 일반투자자에겐 마치 부스러기가 떨어지듯 작은 이익이나마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우연히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합병 주총일인 7월17일까지 또다시 상대주가비율과 합병비율 간의 괴리가 크게 벌어지면 무위험 차익거래 기회를 다시 포착할 수 있습니다.

이병찬 이코노미스트/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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