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놓으면 나가고…" 한 중소기업의 생존실험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 2015.06.17 07:00

[청년, 일취월장!-⑧]강소기업 안세기술, 인력 수급 및 육성 어려움에 일학습병행제 도입

편집자주 | 대학을 졸업하고 치열한 스펙싸움을 벌여도 취업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머니투데이가 10회 기획시리즈 ‘청년,일취월장!’을 통해 청년들의 취업문제와 그 해법에 접근하고자 한다. 성장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담은 ‘일취월장’은 ‘일찍 취업해서 월급받고 장가(결혼)가자’란 새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독일과 스위스의 일학습병행 시스템, 호주의 NCS(국가직무능력표준), NCS채용에 이어 국내 일학습병행제 도입 우수기업을 찾았다.

일학습병행제 도입 기업인 안세기술의 학습근로자에 대한 실습교육의 모습 / 사진제공=안세기술

"입사 후 3년 이내 퇴직자의 45% 이상이 20대였습니다. 사람을 뽑기도 힘들지만, 뽑아놓으면 금방 나가니..뭔가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취업난(難) 속 인력난(難)'이라는 말은 올해로 설립 22주년을 맞은 정보통신분야 엔지니어링 전문기업 안세기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가산 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안세기술은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뽑은 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항만, 철도 등 국가 시설의 통신망을 구축하는 이 회사는 연매출 70억원으로 업계에서는 '빅(Big) 3'에 들어갈 정도지만 취업준비생들의 눈길을 받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회사의 인력구조 불균형 문제가 점차 심해져갔다. 1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안세기술은 현재 30대 이상이 전체 회사인력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기술인력의 '고령화' 문제는 국가적 문제라는 거시적 차원을 넘어서 안세기술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벼랑 끝 상황에서 안세기술은 '일학습병행제'를 통한 일종의 생존실험에 들어갔다.

안세기술에서 인적자원개발(HRD)을 담당하고 있는 김남환 이사는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고, 구한다 해도 자꾸 빠져나가는 게 반복이 되니까 회사에서도 나름대로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었다"며 "그러는 와중에 일학습병행제라는 제도를 알게 됐고, 대표님과 임원들의 결정을 거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학습병행제는 학습근로자가 기업체에 취업해 이론과 현장실무를 함께 배우는 한국형 도제제도다. 지난해 9월 시범사업을 시작해 현재 2816개 기업(300인 미만 기업 95%)이 학습기업으로 참여하고 있고, 5478명의 청년들이 교육훈련을 받고 있다.

일학습병행제 도입 기업인 안세기술의 HRD담당 김남환 이사(왼쪽)과 학습근로자 김남규씨 / 사진=이동우 기자

지난 1월 채용된 안세기술의 1기 학습근로자는 전문대 졸업생 2명(남1, 여1), 고등학교 졸업생(남1)명 등 모두 3명. 1년 600시간(이론 160시간, 실습 440시간)의 교육과정 가운데 250시간 정도를 마쳐 반환점을 눈앞에 둔 현재, 기업과 학습근로자 양측은 모두 만족스러운 눈치다.

김 이사는 "신입직원이 와서 2년 정도는 되어야 어느 정도 독자적인 일을 시킬 수 있는데, 일학습병행제의 경우에는 50%를 단축해 1년 정도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개개인의 능력차는 있지만, 똑같은 사람이라면 일학습병행제를 통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인원들이 더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수급의 어려움이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였지만, 근로자의 질적 향상에 있어서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특히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체계적으로 회사의 전반적인 업무를 배우니까, 실제 부서에 가서도 금방 녹아들 수 있다"며 "실제 대리급들도 밤을 새워가며 일을 하면서도,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학습근로자 입장에서는 회사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중소기업에 대해 가졌던 '무조건 시키면 해야 하는 일', '어려운 일' 이라는 편견은 250시간이 넘는 교육기간을 통해 조금씩 해소됐다. 회사 업무에 대한 애착이 자라난 것은 물론이다.


행사장 설치용 천막 등을 설계하는 회사에서 2년 반 가량 근무하다 안세기술로 둥지를 옮긴 임윤희씨(25)는 "전에 일하던 회사랑 비교해 보면 회사에서 신입직원에게 투자를 해주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알게 된다"며 "교육을 통해 저의 주요 업무인 설계를 하더라도 전체적인 프로젝트의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돼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업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서 통신 부사관으로 일하며 관련 분야 전문성을 쌓아온 학습근로자 김민규씨(23) 역시 일학습병행제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씨는 "친구들에게도 일학습병행제에 대해 많이 얘기해주고 자리가 있으면 지원하라고 설득하고 있다"며 "일을 하면서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는 이런 부분들을 많이 부러워들 한다"고 전했다.

일학습병행제 도입 기업인 안세기술의 학습근로자에 대한 이론교육이 실시되는 모습 / 사진제공=안세기술

안세기술에서 일하는 학습근로자는 정규직원과 연봉, 근무시간 등에서 동등한 근로조건을 적용받는다. 오히려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정부에서 지급하는 월 40만원 가량의 훈련수당도 받는다. 안세기술에서는 단순히 수동적인 정책 이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키운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다. 현장교사는 1~2주에 한 번씩 과제를 부여해 학습근로자의 교육 상황을 점검하기도 한다.

학습근로자 김씨는 "선생님께서 수업을 진행하다가 관련 법에 대해 알아오라는 등의 숙제를 자주 내주시는 편"이라며 "가끔은 숙제가 너무 많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다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학습병행제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는 안세기술은, 하반기 상황에 따라 3명 정도의 학습근로자를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연간 1~2명을 채용하는 평소 관행에 비춰봤을 때, 상당한 수준의 고용이 일학습병행제로 인해 유발되는 셈이다.

제도의 효과는 인정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제반 여건이 쉽지만은 않다. 무엇보다도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과정에서 기업 측의 많은 부분 희생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일학습병행제는 인력 수급과 육성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김 이사는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회사의 인재 교육에 대해 많은 부분이 체계화 되고, 안정적인 고용이 가능해지는 등 장점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교육인력 운용이나, 추가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부분 등 회사 측에서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무엇보다 인재 육성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일학습병행제 정착을 위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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