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률 45%에도 일자리 넘치는 독일기업 경쟁력

머니투데이 뉘른베르크(독일)=양영권 기자 | 2015.06.22 06:30

[창간기획/독일경제 대해부] [르포] 독일 기업 보쉬의 뉘른베르크 제1공장

보쉬의 독일 뉘른베르크 제1공장에서 작업자가 완성된 가솔린 직분사(GDI) 엔진에 들어가는 고압펌프를 육안으로 검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보쉬
1m 길이는 돼 보이는 쇠막대기는 박스 형태의 절삭기계 내부로 들어가자 10cm 길이로 잘려졌다. 나뉜 조각들은 컨베이어벨트로 이동하면서 다시 절삭 기계로 내부와 외부가 깎인다. 그런 뒤 고압으로 분사되는 물로 절삭 표면을 다듬으면 고압펌프의 틀 '하우징'이 완성된다. 여기에 각종 세부 부품을 레이저 용접 등으로 결합하는 과정을 거치자 하나의 제품이 완성돼 나왔다. 제품은 육안검사와 성능 테스트를 거친 뒤 레이저로 일련번호가 새겨졌다.

지난 5월 들른 독일 뉘른베르크 제1공장에서 본 고압펌프 생산 공정이다. 고압펌프는 가솔린 직분사엔진(GDI)의 핵심 부품이다. 엔진 연소실 내부에 고압으로 휘발유를 분사해 준다. 기존 포트 연료 분사(PFI) 엔진 대비 연료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15%까지 줄일 수 있게 해주는 이 부품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전세계 완성차 업체에 공급된다.

60m에 달하는 생산 라인은 각종 절삭기계와 로봇이 움직이는 소리, 물과 오일이 뿌려지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그런데 그런 라인 사이사이에 잘해야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이동하는 게 보였다. 작업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은 채였다. 공장 라인 설명을 맡은 직원이 기자의 호기심 어린 눈을 보더니 보쉬에서 교육을 하고 있는 '견습생'이라고 귀띔해 줬다.

청소년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는 한국과 달리 독일은 대학을 취업의 필수 코스로 생각하지 않는다. 청소년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는 대학 진학 대신 직업훈련을 받는다. 듀알레 시스템(Duales system)’으로 불리는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에 따라 대개 초등학교 4년, 실업학교 6년을 마치면 16∼17세부터 직업학교에 다니면서 기업에서 견습생으로 근무한다. 독일의 대표적인 기업 보쉬의 뉘른베르크 1공장에서만 지난해 179명이 견습생으로 근무했다.

이같은 교육제도는 사회적으로는 청년실업을 막으면서 기업으로서는 숙련 근로자를 확보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독일 역시 자동화 여파로 전체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보쉬 뉘른베르크 1공장에는 아직 가동을 채 시작하지 않은 새로운 라인도 들어서 있었다. 새 라인은 자동화로 투입되는 인원이 기존 라인의 절반만 필요하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라인을 새 것으로 교체한 결과 이 공장의 생산 능력은 2011년 4만175개 부품에서 지난해 4만7795개로 늘었지만, 임직원 수는 1991명에서 1804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견습생 수는 2011년 179명, 2012년 177명, 2013년 182명 등 거의 변화가 없었다. 사회의 새로운 노동력에 대한 투자는 그만큼 아끼지 않는 것이다.


독일 기업이 직업 교육과 함께 강조하는 것은 연구개발(R&D) 투자다. 지난해 보쉬는 R&D(연구·개발)에 총 49억5900만유로(약 6조2000억원)를 투자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1%다.

2013년에는 매출액 대비 R&D비 비중이 9.9%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도 이 비율은 8% 이상을 유지했다.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비 비중은 2.4%였음을 감안할 때 미래 기술 개발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보쉬의 자동차기술(모빌린티 솔루션 ) 부문 R&D 인원도 전체 직원 20만5000명 가운데 3만9500명으로 20%에 가깝다.

이같은 R&D 투자는 제품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보쉬는 1927년 디젤 엔진의 핵심 부품인 인젝터를 처음 개발하고, 1954년 기계식 가솔린 직분사엔진(GDI)을 자동차에 처음 적용하는 등 자동차 엔진 기술을 선도해 왔다.

한국에 '디젤세단 붐'을 불러온 BMW 5 시리즈에는 1983년부터 디젤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가솔린 분야에서도 현재 연비 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전세계 GDI 부품 시장의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자동차의 각종 센서를 작동하는 데 필요한 MEMS(미세전자기계칩)의 경우 보쉬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7억9000만달러어치(약 8780억원)를 공급했는데, 이 분야 세계 2위인 센세이타가 공급한 2억6800만달러의 3배 수준이다.

롤프 불란더 보쉬 그룹 자동차기술 부문 회장은 "미래에 대한 예측은 불확실하다. 수년 전, 경제 금융 위기를 통해 불확실성이 입증되기도 했다"며 "미래를 향한 길로 나아가는 것은 나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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