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의 틱, 택, 톡] 故 노무현 대통령 가라사대

스타뉴스 김재동 기자 | 2015.06.13 09:00
2003년 7월31일 국립보건원 사스방역평가보고회에서 방역관계자들을 치하하고 있는 故 노무현 전대통령.


“인권의 기본은 건강입니다. 건강이 최고의 인권입니다. 전염병이란 사회적 공포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지난 2003년 7월31일 국립보건원에서 열린 사스 방역평가보고회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날의 노무현 대통령, 어지간히 좋았던 모양이다. 비죽비죽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어쩌지 못하며 사스를 성공적으로 극복해낸 보건공무원들을 치하했다.

당시의 자료화면을 되돌려 보게 된 건 가라앉을 줄 모르는 메르스의 창궐이 연일 암울한 뉴스를 토해내고 있어서다. 그리고 놀랍게도 12년 전 자료화면속 노대통령은, 12년 후의 우리가 딱 새겨들어야할 충고를 전하고 있었다.

그날 노대통령은 “여러분을 청와대에 모시고 최상의 대우를 해야겠다 마음먹었는데 장소가 국립보건원으로 결정돼 의아했다”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국회에서 큰 것 갖고 싸우는데 진짜 그게 큰 건가? 정말 무겁고 크고 알맹이가 있는 건 여기 국립보건원에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이해했다”고 말했다. 마치 메르스가 사회전체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판국에 국회법개정안을 두고 당청갈등이나 빚고 있는 지금의 정치 주체들을 타박하는 느낌이다.

노대통령은 또 말한다. “여러분들은 사스를 예방하고 퇴치하는 것보다 보도가 중요하냐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보도가 그때그때 신속하게 국민들에게 전달돼 전 국민이 사스에 대해 잘 알게 됐고 여러분이 하루하루 하는 조치와 환기시키고자 하는 것을 속속들이 알아서 함께 대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라며 “그렇게 투명한 대처가 매우 중요했고 신뢰의 체계가 매우 중요하단 생각을 했다”고도 말했다. 마치 메르스의 발병단계부터 비밀주의를 표방해 사태를 악화시키고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만 현재 보건당국의 만시지탄을 경계한 듯하다.


국민들에 대한 당부도 있다. “TV보면서 낭패스러웠던 게 지정병원문제였다. 의료진과 검역진 협력자 모두가 바로 위험에 노출된 채 노력하고 있는데 (그런 분들을 두고)‘우리 동네 사스환자 못 들어온다’ 데모하는 모습 보면서 현장의 사람들이 얼마나 심각한 위험을 무릅쓰고 공동체를 위해, 우리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데 너무 쉽게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면서 “우리가 감당할 몫이 얼마인가에 대해 책임있게 생각하는 모습이 안보여 안타까웠다”고 지적했다.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가는 '신상털기'에 시달리며 '잠재적 가해자' 취급을 당하는 메르스 관리현장보건요원들의 고충을 생각해보면 1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낭패스럽지 않을 수 없다.

노대통령은 말미에 다시 말한다. “이렇게 제가 말하고 표창하고 하지만 여전히 돌아가 보면 어려운 일 많고 불편한 일 많고 막혀있는 벽도 그냥 막혀 있을 거다. 그러나 1년 뒤에 보면 그대로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늘 여러분이 처한 환경 그대로 있진 않을 것이다. 여러분과 내가 함께 약속할 부분이다. 지금 처한 문제들을 해소하고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국민들에게 더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는 발전과 노력을 해나가야만 한다” 고. 하지만 아쉽게도 세월호 참사 1년을 보낸 2015년의 대한민국은 1년 전과 똑같은 벽에 막힌 채 단 한 치의 진전도 없이 딱 그대로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날 국립보건원을 찾아 사스 방역 평가 보고를 받은 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같은 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공식화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조직이 2004년 1월 19일 정식 출범한 질병관리본부다. 노무현 정부 당시 영광의 성과물 이었던 그 질병관리본부가 박근혜 정부에 와선 완벽하게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다.

“나한테 8분 줬는데 8분 넘었죠? 보고 읽으라고 써줬는데 그걸 안보고 딴소리만해서 그래요”라는 노무현 대통령. “대체로 읽습니다. 읽는데, 현장에서 도저히 적은 것으론 표현 못할 감동을 받으면 그 감동을 표현하고 싶어하다보니 이래 됩니다”며 화면 속에서 웃고 있다.

12년 전에,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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