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제시하는 완전고용 일자리 창출 해법

머니투데이 홍찬선 CMU 유닛장 | 2015.06.11 06:10

[공자 이코노믹스]<3>정전법(井田法)의 상양(相讓)정신으로 실업 극복

편집자주 | 세계 문명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21세기에 공자의 유학은 글로벌 지도이념으로 부활하고 있다. 공자의 유학은 반만년 동안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DNA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에 공자라면 얽히고설킨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요즘 한국은 힘든 시기다. 불안하게 번지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만은 아니다. 어깨를 짓누르는 멍에를 벗기 어려운 게 더 힘들다. 성장 둔화와 일자리 감소에 따른 실업, 땅에 떨어진 도덕과 점증(漸增)하는 이혼, 존속 살해와 가족 파괴. 삶의 의미를 잃어가면서 증가하는 자살…. 우리가 안고 있는 어려움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이렇게 힘들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아마도 일자리 부족이지 않을까 싶다. 맹자(孟子)는 이를 “무항산무항심(若民則無恒産 因無恒心)”이라고 했다. “백성은 경제적 안정이 없으면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바른 마음이 없으니 방탕하고 편벽되며 부정하고 허황돼 어찌할 수 없게 된다. 그들이 죄를 범한 뒤에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것. 요즘말로 하자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국민들의 경제적 안정을 이루는 것이 사회 안정의 기본이라는 뜻이다.

無恒産이면 無恒心, 일자리 창출이 급선무

공자를 비롯한 유학자들이 제시하는 일자리 만들기는 정전법(井田法)이다. 이는 900무(畝, 1무는 200평)의 땅(이를 井이라고 함)을 9등분해서, 8가구가 중앙의 1등분(공전, 公田)을 공동으로 경작하되 나머지는 각각 1등분(사전, 私田)씩 농사짓게 하는 방식이다. 결국 정전제는 공동노동에 의한 협력을 바탕으로 일자리가 100% 보장되는 완전고용을 지향한다. 정부는 세금을 제대로 걷고, 백성은 안정적 일자리와 생활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2500여 년 전, 농업사회에 도입됐던 정전제를 지금 그대로 시행할 수는 없다. 농사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가 대부분 해체됐고, 생산현장도 농토가 아닌 공장과 사무실로 바뀌었다. 신분이 중시되는 계급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강조되는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있다. 정부보다는 기업의 역할이 커졌다. 다만 시대적 상황변화를 인정하더라도 정전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핵심 정신, 즉 함께 일하고 일자리를 보장받는다는 아이디어는 이어받을 수 있다.

이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올해 임금상승분의 20%를 협력업체와 공유하기로 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분(3.1%)의 10%를 내놓고, 회사가 여기에 10%를 더해 약60억~70억 원을 협력업체 직원 4000여명과 나누기로 했다. 회사가 어려울 때 함께 고생했던 협력업체들에게 즐거움을 함께 나누겠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 노조의 위대한 결정, 협력업체와 임금 나누기

삼성그룹도 3만8000건의 특허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중 3400개는 무상이다. 좋은 아이디어로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이 특허절벽에서 좌절하지 않고 벤처와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어우러지는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들자는 취지다. 혼자 즐기는 독락(獨樂)보다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거워하는 동락(同樂)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소중한 결정이다.


현재 한국 정치경제사회문화는 그 어떤 처방을 내놓아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더 이상 나빠지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궁색(窮)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나쁘게 끝날 수 없다. 모든 일은 극에 다다르면 반드시 되돌려지는(物極必反) 변화(變)가 나타난다. SK하이닉스와 삼성물산의 예가 그런 변화의 시작이다. 이런 변화가 나타나면 막혔던 국면이 뚫리고(通) 문제도 해결되면서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된다. 모순과 갈등이 해소된 새 시스템은 오래오래 지속된다(久).

바로 공자가 말한 궁즉통(窮卽通)의 원리다. 그는 『주역』 에서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라고 갈파했다. “궁하면 변하게 마련이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게 되면 오래한다”는 뜻이다.

窮하면 通한다, 변화를 이끄는 인식의 변화가 중요

궁즉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이고, 변화 가운데 핵심적인 것은 생각이 바뀌는 것이다. ‘어렵다, 안된다’며 발목만 잡는 부정적 생각이 아니라, ‘된다, 할 수 있다’며 실낱같은 희망을 현실로 탈바꿈시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 사고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생각의 변화와 실천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내 것을 키우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먼저 양보해 상대방의 양보도 이끌어 낼 수 있는 ‘상양(相讓)정신’이 그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북쪽 480km 지점에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 있다.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연평균 강수량이 50mm에 불과하다. 그러니 생명이 살 수 없다. 죽음의 골짜기라고 불리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곳에 기적이 일어났다. 2004년 겨울에 180mm의 비가 내렸고 이듬해 봄, 이 계곡은 온통 꽃으로 뒤덮였다. 그곳은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죽음’의 골짜기가 성장조건이 충족되기를 기다리던 ‘잠든 땅’이었다.

인의(仁義)와 예덕(禮德)을 강조하는 공자 이코노믹스는 돈만 쫓는 천민자본주의라는 척박한 땅에서 죽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가 먼저 조금 손해보겠다’는 상양정신이 확산되고 실천된다면 우리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수많은 병리현상을 치유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그룹의 동락(同樂)이 그 첫걸음이다.

/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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