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직장여성아파트 명도집행…세입자 9명 임시거주지로

뉴스1 제공  | 2015.06.04 18:05

마찰 있었지만 부상·연행자 없이 종료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구로직장여성아파트 계약만료자에 대한 퇴거 강제집행이 내려진 4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구로직장여성아파트에서 계약만료자들이 화물트럭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2015.6.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4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구로직장여성아파트 계약만료자 9가구에 대해 서울남부지법이 명도집행을 진행했다. 당장 갈 곳이 없는 거주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이들은 임시로 인천직장여성아파트에 입주하기로 합의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오전 11시15분쯤부터 5톤 트럭 2대와 사다리차 1대, 1톤 트럭 1대 등을 아파트 주차장에 대기시키고 12시부터 강제집행을 시작했다.

직장에 출근해 있던 계약만료 세입자들이 집행사실을 전해듣고 황급히 아파트로 모여들면서 대치했다.

계약만료 세입자이자 입주자자치회 대표 안모씨는 "더 많은 이들에게 이곳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일리는 있다"면서도 "소득이 낮거나 자립이 불가능한 사람들은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안씨는 "우리들 때문에 대기자가 많아진 것이 아니라 근방의 아파트 2개가 매각돼 대기자가 많아진 것"이라며 "우리 10명을 내쫓는다고 해서 대기자를 다 수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씨에 따르면 구로직장여성아파트는 지난 1989년 저소득 여성근로자의 자립을 위해 금천구 가산동에 100세대 규모로 건립됐다. 안씨는 근로복지공단이 '저소득 여성의 자립 기반'이라는 아파트 설립취지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낮 12시20분쯤부터 안 대표 등 계약만료자 3명만 온 상태에서 명도집행은 진행됐다.

처음으로 명도집행이 진행된 103동 최모씨의 11평짜리 집에서는 최씨가 출근할 때마다 봤을 전신거울이 제일 먼저 들려 나왔다.

이후 옷가지들이 담긴 박스, 트렁크, 서랍장 등과 옷가지를 넣은 포대자루 등이 5톤 트럭에 옮겨 실렸다. 박스, 포대자루 등에는 주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씨가 살고 있던 동·호수가 적혔다.

명도집행이 진행되는 가운데 도착한 이모씨는 "종로의 회사에서 일하다가 연락을 받고 급히 왔다"며 안타까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이들의 살림을 책임졌던 밥솥, 매트리스 등이 계속해서 트럭으로 옮겨졌다.

앞서 공단 측은 지난해 세대당 거주인원을 2명에서 1명으로 임의로 줄일 수 있도록 아파트 운영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공단 측과 세입자 측은 지난해 12월 공단 측의 강제퇴거 조치가 무산된 직후 올해 3월까지 세입자들이 자진퇴거하기로 합의를 도출했었다.


명도집행이 처음으로 진행된 이날 오후 1시쯤에는 안씨와 장씨, 서울세입자협회와 전국세입자협회 관계자, 시민사회단체 민달팽이유니온 등이 현관문 앞에 드러눕거나 서로 팔짱을 끼는 등 용역직원들이 짐을 빼지 못하도록 막아서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공단 측이 공무집행 방해로 경찰에 신고해 인근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지만 연행된 사람은 없었다.

이날 오후 2시40분쯤 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단체는 이들과 함께 ▲입주기준을 기간 대신 소득으로 할 것 ▲근본적인 해결 위해 근로복지공단 아파트를 늘릴 것 ▲취업계획 등 제공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안씨는 "대기자가 많아 입주자를 내보내고 형평성을 유지해야한다고 하면서 입주규정을 280만원으로 완화하고 독채규정을 한 저의는 무엇인가"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입장만이 아닌 우리의 입장도 한번만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안씨 등과 계약만료자 7명은 짐을 실은 트럭이 나가지 못하도록 "6월 강제집행을 중단하라!!!"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아파트 입구쪽을 지키다 합의가 성사된 오후 3시30분쯤 길을 열었다.

이들의 짐은 일단 남부지법 절차대로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공항물류센터로 옮겨졌다가 다시 인천으로 이동될 예정이다.

3시간여의 대치 끝에 이들은 인천직장여성아파트에 입주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계약만료 거주자들은 이날 중으로 인천 부평구 산곡동의 인천직장여성아파트로 짐을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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