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반대 '엘리엇', 아르헨 디폴트 위기 촉발했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5.06.04 11:29

아르헨 디폴트 위기 촉발 '벌처 투자'로 유명…대통령 전용기까지 압류 시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장내 매수해 주목받고 있다.

엘리엇은 4일 지분공시와 함께 낸 보도자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다"며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행동주의 투자자인 폴 싱어(70)가 1977년 설립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싱어가 미국 월가에서 가장 존경받는 헤지펀드 매니저 가운데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싱어가 주목받는 건 무엇보다 시장 평균을 훌쩍 웃도는 수익률 때문이다. 엘리엇은 설립 이후 연간 14.6%의 수익률(수수료 제외)을 고객들에게 돌려줬다. 같은 기간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의 수익률은 10.9%에 그쳤다. 덕분에 싱어가 1977년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끌어 모은 130만달러의 종잣돈은 현재 230억달러로 불어났다.

아르헨티나 사태는 싱어의 끈질긴 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엘리엇은 썩은 고기를 파먹는 대머리 독수리(vulture·벌처)처럼 채무위기에 직면한 나라의 국채나 기업의 자산을 헐값에 사들여 고수익을 내는 벌처 투자로 유명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엘리엇의 투자전략 원칙이 부실채권을 헐값에 사서 이익을 내고 팔거나 소송을 통해 제값을 받아내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1000억달러 규모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무조정에 나서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93%에 달하는 디폴트 국채를 할인된 새 국채로 바꿔줬다. 이때 엘리엇의 자회사인 NML캐피털과 오렐리우스매니지먼트 등 일부 미국 헤지펀드는 채무조정을 거부했다. 이후 이들은 아르헨티나에 채무 원금과 이자 전액을 지급하라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대법원은 지난해 아르헨티나에 채무 전액 15억달러를 갚으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 여파로 아르헨티나는 또다시 디폴트 위기에 직면했다.

엘리엇은 아르헨티나에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과정에서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전용기와 해군 함정까지 압류를 시도했다. 엘리엇은 비슷한 소송에서 콩고공화국, 페루 등을 상대로도 승리를 거뒀다.

엘리엇은 미국 굴지의 항공사였던 TWA, 통신사 MCI와 월드컴, 회계부정 사건으로 유명한 엔론 등 2000년대 초 사라진 기업들의 구조조정에도 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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