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효성가 차남 조현문의 자리

더벨 박종면 대표 | 2015.06.01 07:14
효성그룹이 형제·부자간 갈등과 송사로 3년째 시련을 겪고 있다. 그 중심에는 조석래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있다. 효성가의 내홍은 2013년 2월말 조현문 전 부사장이 그룹을 떠나고, 보유하고 있던 효성 지분 7.18%를 팔면서 표면화됐다. 회사를 떠나면서 효성에 축복과 행운을 빌었던 그는 그룹과 임직원 및 가족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10여건의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효성그룹이 자신을 음해하고, 사내 불법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우려 해 직접 고발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시민운동가처럼 “기업가 정신이나 위험을 감수하려는 생각도 없고, 불법과 편법을 일삼는 한국의 재벌체제에는 미래가 없다”고 일갈한다. 촉망받는 젊은 기업경영자에서 재벌개혁론자로 변신한듯 한 효성가 차남 조현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재벌가 3세의 자리는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아직 정점인 총수의 자리에는 이르지 못했고, 아래로는 기반을 다지지 못해 매우 불안하다. 따라서 늘 스스로를 경계하고 인내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총수 자리에 오른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나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얼마나 조심하고 참아내는 지를 보면 알 수 있다. 효성가 조현문은 성급했고 인내심도 부족했다.

괄낭무구(括囊无咎). 자신의 입을 단단히 묶어두니 허물이 없다고 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부친·형제와 경영방식과 철학이 달라 회사를 뛰쳐나왔다면 입을 닫아야 했다. 그래야 장래를 기약할 수 있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형제의 불법행위를 고발해 그들을 혼내주려 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손해를 본 것은 형이나 동생이 아니라 자신이다. 그는 효성 지분을 팔아 1300여억원을 챙겼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식을 사들였던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의 보유지분 가치는 주가상승으로 지금 5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곡즉전(曲則全). 구부러지면 온전하다고 했다. 우주는 직선이 아니고 곡선이다. 인생은 너무 곧아서는 안된다. 구부러질 수 있어야 성공한다. 최고의 지혜는 어리석음이다. 리더가 되려면 때로는 보고도 못 본 척 넘어가야 한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최근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부동산 관리회사의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등 사업을 재기하고 나섰다. 효성지분을 팔아 거머쥔 돈과 비상장사 지분, 부동산 등을 합치면 그의 재산은 보통사람들 기준으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이 돈은 그가 땀 흘려 벌어 모은 게 아니라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따라서 그는 재벌개혁을 외칠 자격이 없다. 재벌개혁론자가 되려면 자신의 재산을 효성가나 사회에 환원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은 그의 외침을 고생 모르고 자란 부잣집 아들의 철없는 투정쯤으로 생각할 것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아버지 조석래 회장이나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을 극복하는 길은 사업으로 성공하는 것이다. 원한이 있고 섭섭한 게 있다면 사업으로 그들을 이기면 된다. 지금의 효성 보다 이익도 더 내고 경영도 투명한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라. 변호사와 홍보대행사 직원, 사설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효성가 차남 조현문을 보는 것은 낯설다. 그곳은 그의 자리가 아니다.

조석래 회장 입장에서도 인생의 마지막 과제로 생각하고 자식들의 송사는 풀어야 한다. 차남 재산에 대해서는 가능한 후하게 계산해서 계열분리를 시켜줘야 할 것이다. 세상사 영원히 곤란한 것은 없다. 형제간 분란이나 검찰 수사가 효성그룹에 득이 될 날이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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