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가장의 세 가지 ‘돈 걱정’…‘자식, 자신, 그리고 부모’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5.05.31 10:00

[행동재무학]<95>샌드위치 신세 40대 가장을 위한 머니 조언

편집자주 |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나이를 먹을수록 철이 들어 ‘돈 걱정’을 덜하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20대 보단 30대에, 30대 보단 40대에 돈을 더 벌기 때문에 돈 걱정이 줄어들 법한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공자는 나이 40이면 세상일(=돈)에 미혹되지 않고 50엔 하늘의 뜻(=인생의 의미)을 깨닫게 된다고 했지만 우리 같은 범인들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거꾸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돈 걱정 만큼은 나이가 들어도 줄거나 자유로워지지 않으니 말이다.

실제로 미국의 개인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인 LearnVest의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돈 걱정은 연봉 수준이나 연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20대에서 40대로 갈수록 돈에 대한 자신감(mony confidence)이 반대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돈 걱정(money worry)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미국인 1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LearnVest는 놀랍게도 25세 미만의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버는 30대나 40대에 비해 돈에 대한 자신감이 훨씬 높다는 걸 발견했다. 이들 20대는 향후 연봉이 늘어날 거란 기대 때문에 돈에 대한 자신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해석됐다.

반면 35세~44세의 사람들은 돈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낮았고(=돈 걱정을 가장 많이 하고), 45세~54세 나이의 사람들은 고작 3분의1 정도만이 돈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나이를 먹고 연봉이 올라가는데 돈에 대한 자신감이 줄고 돈 걱정은 느는 걸까? LearnVest는 그 이유를 재정적 책임감(financial responsibilities)으로 설명했다. 즉, 나이가 들수록 연봉은 올라가지만 주택 모기지, 자식 학자금, 은퇴자금, 늙은 부모 부양 등 재정적 부담이 늘어나면서 돈에 대한 자신감이 쇠퇴하고 돈 걱정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40대에 접어들면 △자식의 대학 학비 △자신의 은퇴 자금 그리고 △늙은 부모의 생활비, 이렇게 세 가지 돈 걱정에 빠진다고 LearnVest는 지적한다. 그야말로 40대는 자식과 늙은 부모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된다.

미국의 대학 학자금 대출 전문기관인 Sallie Mae의 조사에 따르면 40대 가장이 자식의 대학 학비로 모아둔 저축액은 평균 1만5000 달러로 지난해 4년제 주립대학 평균 학자금 비용인 1만9000 달러에 못 미쳤다. 그리고 시장조사기관 퓨 리서치(Pew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40대 가정 일곱 중의 하나는 늙은 부모를 부양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은퇴준비도 충분하지 못하다. 온라인 소비자 재무정보 사이트인 bankrate.com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18퍼센트가 월급에서 거의 한 푼도 저금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응답자의 28퍼센트는 겨우 월급의 5% 정도만을 저금하고 있었다. 세계 최대 투자운용회사인 뱅가드그룹(Vanguard Group)의 2014년 리포트를 보면, 근로자의 33퍼센트는 퇴직연금저축인 401k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연봉 10만불(약 1억1000만원) 이상의 직장들 가운데서도 약 12퍼센트가 401k에 가입하지 않고 산다.

LearnVest는 돈 걱정이 가장 많은 40대를 위해 다음의 세 가지 머니 조언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자식이 진학할 대학의 눈높이를 학자금 수준에 맞춰 낮춰라.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부모들도 학비를 고려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자녀를 하버드나 유펜 같은 아이비리그 대학에 보내길 원한다. 실제로 Sallie Mae의 조사를 보면 미국 부모의 92퍼센트는 자녀의 대학 선정 시 학비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이비리그 대학은 생활비를 제외하고 학비만 연간 5만~6만 달러가 보통이다. 자식의 비싼 대학 학비를 무턱대고 지원했다간 자신의 은퇴 자금도 마련하지 못하고 나중에 자식에게 얹혀사는 처량한 신세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 학비를 대 줄 수 있는 부모의 재산이 무한대로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자식에게 어렸을 때부터 주지시키고 만약 자식의 대학 학비를 대주게 되면 늙어서 자식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게 좋다.

둘째, 늙은 부모의 부양 문제를 체계적으로 논의하라.

늙은 부모의 부양 문제를 자식들이 드러내 놓고 논의하기란 쉽지 않다. 그건 보다 개방적인 미국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늙은 부모가 언제까지 현재 거주지에서 머무르고 언제 요양시설에 들어갈 건지, 병이나 장애가 있는 부모의 장기간병은 어떻게 부담할 건지 등등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얘기를 나눠야 한다.

다만 이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LearnVest는 충고한다. 구글에서 ‘40/70 Talk’을 검색해보라. 미국에서 40대 자식과 70대 부모의 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금방 알 수 있다.

셋째, 자신의 은퇴준비를 재점검하라.

40대는 자식의 대학 학비와 늙은 부모의 부양에 끼여서 자신의 은퇴준비를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높다. 40대에게 은퇴준비에 대해 질문하면, 극과 극의 대답이 나온다. “매우 잘 하고 있다”와 “제대로 준비 못하고 있다.”

하지만 40대에 들어서 은퇴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깨닫는다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보다 낫다. 지금부터라도 뭐가 부족한지, 뭘 고쳐야할지 생각해보고 새로운 은퇴계획을 세워서 실천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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