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심'하라던 보건당국, 숭숭 뚫린 방역망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 2015.05.28 17:51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재생산지수는 0.6~0.7 정도 입니다. 환자 숫자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지난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확인된 후 보건당국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같은 예견은 불과 1주일 만에 잘못된 판단으로 드러났다.

첫 환자가 발생한지 8일 만에 국내 메르스 환자는 7명으로 늘었다. 1명의 환자가 6명에게 전파한 것으로 재생산지수는 6이다. 보건당국에서 파악했던 국제 평균의 10배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2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논문에는 병원 내 메르스 재생산지수가 7인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병원 내 감염 숫자가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제 와서 국민들을 안심시키기에는 군색한 변명이다.

전파 가능한 접촉자를 모두 관리하고 있다며 자신하던 보건당국의 방역망에도 숭숭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추가 확인된 메르스 환자 1명과 의심환자 1명은 모두 보건당국 관리대상에서 제외됐던 사람이다.

이중 의심환자는 보건당국 방역망을 뚫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중국으로 출국했다. 공간이 협소한 비행기 내에서 3차 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환자는 병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첫 환자와 접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4개의 병원을 오간 첫 환자의 이동 동선에 따라 추가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후 보건당국은 수차례 국민들에게 '안심'하라고 했다. 첫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이 잘 관리되고 있으며 확산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낙관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으로 돌아왔다. 이제 국민들은 정부가 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말도, 메르스의 확산 가능성이 적다는 말도 믿지 못하게 됐다.

복지부는 뒤늦게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사람을 모두 재조사하고 중동지역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을 모니터링 하겠다고 발표했다. 감염 의심자의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겠다는 것이다.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는 복지부의 태도는 환영한다. 하지만 의심환자 1명이 중국으로 출국한 현 상황을 고려하면 감염병 방역의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버린 듯하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
  5. 5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