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가계 빚 걱정 한은, "집 값 오른다" 보고서 낸 이유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15.05.28 06:40

최근 부동산시장 거래 호조 현장분석 차원…"의도적 집 값 띄우기 아니다" 해명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전월세 관련 매물 안내문은 자취를 감춘 채 매매거래 관련 안내문만 붙어 있다. /사진제공=뉴스1
한국은행은 27일 16개 지역본부가 담당 권역별 시장조사를 기반으로 경기동향을 분석한 내용을 취합한 ‘지역경제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골자는 올해 1분기보다 4~5월에 경기개선 움직임이 예상된다는 것.

특히 이 보고서에는 최근 부동산 거래동향을 살펴본 이슈분석 파트가 추가됐다. 한은 직원들이 전국 295개 부동산 중개업소에 발품을 팔아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분석한 내용이다.

한은은 설문조사를 토대로 “집 값 기대심리가 전국적으로 여전히 높고 특히 30대 가구 주택매매 거래량이 늘었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특히 수도권 지역은 집 값 상승을 예상하는 응답이 90%가 넘었다고도 했다. 대체로 집 값 상승 기대감을 높이는 내용들이다.

보고서는 최근 주택거래량 증가가 ‘저금리에 따른 금융부담 감소’와 ‘전세수요자의 매매전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3차례 금리를 내려 사상 최초로 1%대 금리시대가 열렸다. 정부도 작년 하반기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해 대출받기 좋은 조건을 만들었다.

좋게 해석하면 부동산 시장 호조로 경기가 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이번 조사결과는 최근 젊은 세대의 현실적 고통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는 ‘30대 실수요 가구’의 주택매매가 전국적으로 많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전세수요자의 매매전환’으로 표현된 부분은 좀 더 직설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전세값이 너무 올라서 대출을 좀 더 해서 집을 아예 사버린’ 케이스에 해당된다. 제품으로 치면 ‘밀어내기’에 해당되는 셈이다.

주택매매 목적의 대출 증가는 이날 한은이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 통계로 입증된다.


올해 1분기말 가계신용(가계부채) 규모는 109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1087조7000억원)보다 11조6000억원, 1년 전인 2014년 1분기(1024조9000억원)과 비교해선 74조4000억원 늘었다. 전년동기 가계부채 증가규모는 역대 최고치다.

올해 1분기 시중은행 주담대만 9조6000억원 증가했다. 작년 1분기(2조원)의 4.5배가 넘는다. 그야말로 ‘폭증세’다. 주담대는 올해 1~4월에도 매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18조원(제2금융권 등 포함) 이상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대체로 부동산 경기부양에 관심이 많은 ‘중개업자’들의 설문조사를 담은 의도가 궁금했다. 가계부채를 걱정하는 한은이 역설적으로 가계부채를 늘린 부동산 관련 문제를 가장 희망적으로 보는 집단을 표본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한은도 이번 조사결과가 현실과는 조금 다른 왜곡(bias)이 발생할 가능성을 일부 인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일반적인 인식보다는 향후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통계청과 국토부에서 최근 주택거래가 10년 만에 최대로 늘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서 시장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역본부 직원들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라며 “조사 결과는 한은 공식입장이 아니고 부동산 경기부양 등 의도적인 정책적 목적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런 조사결과를 공표한 곳이 공신력을 갖춘 한은이라는 점이다. 이 문제에 대해 부동산 중개업자들 뿐만 아니라 최근 실제로 주택을 거래한 30대 실수요자들에게 무슨 이유로 어떤 방식으로 돈을 구해 집을 샀는지 좀 더 제대로 알아봤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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