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영재' 고졸 창업가…"학교교육 실망, 실력으로 승부"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 2015.05.29 06:10

[청년도전]⑪'입시교육 비판' 고등학교 중퇴 창업자, 최훈민 씨투소프트 대표

편집자주 | '진짜 내일'(my job, 來日)을 찾아 창업에 뛰어든 청년들의 꿈과 열정,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치열한 오늘을 들려드립니다.

최훈민 씨투소프트 대표/사진=씨투소프트 제공
'죽음의 입시경쟁 교육을 중단해주십시오', '희망의 학교를 만들어주세요'

3년 전 고등학교를 중퇴한 한 학생은 정부종합청사, 광화문 광장 등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이야기는 트위터를 타고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했고 언론에서도 조명하면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 학생은 시위 지지자 70여명과 함께 대안학교 '희망의 우리 학교'까지 설립했다. 최훈민씨(20)가 그 주인공이다.

◇IT영재, 고등학교 자퇴하다

최씨는 프로그래머가 꿈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에는 당시 행정안전부에서 주최한 '제27회 한국정보올림피아드' 공모부문 금상(2위)를 수상해 소위 IT(정보기술) 영재로 불리기도 했다. IT 특성화고인 안산 한국디지털미디어고에 진학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배운 것은 대입을 위한 국어·영어·수학 과목이었다. 그는 "IT 관련된 과목은 단 두가지로 원론 수준이었다. 실망이 컸다"며 "이 시간에 프로그래밍을 더 공부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고1을 마치고 자퇴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 싶었던 그는 1인 시위에 나섰다. 2012년 2월29일부터 2주 동안 하루에 2~3시간씩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시위활동을 트위터에 올렸더니 사람들에게 많은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언론에서는 엄청난 영웅인 것처럼 비춰졌다. 당황스럽고 어리둥절하기도 했다"며 "너무 많은 관심을 받다 보니 언제 시위를 그만둬야 할지 모르겠더라"며 웃었다.

그는 시위 지지자 70여명과 함께 대안학교 설립도 추진했다. 같은해 5월12일 비인가 대안학교 '희망의 우리 학교'를 세웠다. 조계사 주지스님이 불교대학 강의실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등 주변의 도움 덕분이었다.

2012년 당시 1인 시위하는 최훈민 씨투소프트 대표의 모습/사진=씨투소프트 제공
◇"왜 대학 안 나왔어요?" 보이지 않는 차별

최씨는 이제 학생이 아닌 어엿한 성인이다. 지난해 소상공인 예약 관리 솔루션 '브룽'을 개발하는 씨투소프트를 창업했다. 하지만 창업의 세계에도 고등학교 중퇴 학력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존재했다.


그는 "사회적 차별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창업하면서 정부 과제에 응모할 때 대표자의 학력을 제출하도록 돼 있는데 면접 때마다 고등학교는 왜 중퇴했는지, 대학 진학은 왜 안 했는지 등 의구심을 품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학력으로 보이지 않은 차별을 경험한 그는 2013년 검정고시를 치렀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할 생각은 없다. 그는 "결국은 실제 결과가 더 중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기업, 명문대 출신 창업가 자체가 경쟁력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낸 서비스나 제품으로 평가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도 학력을 뛰어넘겠다는 백 마디 말보다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T로 사회 변화 이루고파

그는 중·고등학생 시절 트위터가 사회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했다. 'IT로 사회 변화를 이루자'는 목표를 세우고 창업에 나선 이유다. 그는 지난해부터 K-ICT창업멘토링센터의 벤처1세대 출신 최대양 멘토로부터 멘토링을 받아 사업을 구체화시켰다.

그가 개발한 '브룽'은 현실적으로 고객관리·마케팅 등에 돈과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의 문제를 IT로 해결해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판매시점 정보 관리 시스템(POS) 등에 소프트웨어만 설치하면 된다. 최다 예약 고객, 최대 매출 고객, 특정 메뉴 선호 고객 등 마케팅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한다.

그는 2010년 '한국정보올림피아드' 수상 당시 "제2의 스티브 잡스는 싫다. 우리 기술로 승부한다"고 당당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명문대를 중퇴한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등이 학력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 받았듯 그도 결과물로 인정받길 기대하고 있다.
씨투소프트 '브룽' 서비스 화면/사진=씨투소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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