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전격 합병, '지배력·시너지 강화' 노린다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박종진 기자, 김정주 기자 | 2015.05.26 10:45

(종합)9월1일 합병법인 출범..이재용 부회장 지분율 16.5%, 관계지분+자사주 약 53%로 안정적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전격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0.35 비율로 합병하는 방식이며, 합병법인의 새 이름은 삼성물산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6일 오전 각각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합병을 결의했다.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는 제일모직은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양사는 오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법인의 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고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에서 삼성물산으로 결정했다.

◇삼성, '통합 시너지' 낸다

양사는 올해 3월경부터 이번 합병을 준비해 왔다. 삼성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패션, 식음, 건설, 레저, 바이오 등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 및 바이오'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오랜 업력 및 역량과 제일모직의 조경, 에너지관리 능력 등을 합칠 경우 건설사업 분야에서 충분한 시너지가 예상된다는 판단이다. 또 제일모직의 패션, 식음서비스, 레저 사업 역량을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통합할 경우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도 이번 합병 결정의 배경이 됐다.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합병회사는 지분 50%가 넘는 최대주주로서 삼성 바이오 사업을 주도할 주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이번 합병은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토탈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패션, 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오퍼레이션 역량과 제일모직의 특화 역량을 결합해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합병회사의 매출이 2014년 34조원 규모에서 2020년 6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그룹 지배력 강화

이번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삼성물산이 하나로 합쳐지는 삼성 지배구조 최상단의 변화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생명 지분 19.4%를 보유하고 있는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4.1%)과 삼성SDS 지분(17.1%)을 모두 끌어안게 됐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 지분 23.2%를 갖고 있는 이 부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삼성전자 등에 대한 지배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 관계법령 개정에 따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일정부분 처분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이슈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이 부회장, 합병법인 지분율은 16.5%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전격 합병을 결의함에 따라 합병법인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율은 16.5%로 대폭 낮아진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관계사 지분과 자사주 등을 합치면 지분율이 약 53%에 달해 안정적 지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7.2%)→삼성전자'와 '삼성SDI→삼성물산(4.06%)→삼성전자→삼성SDI'의 두개의 큰 축으로 구성돼 있다. 이 부회장은 주력회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0.57%만 소유하고 있지만 제일모직의 최대주주(23.23%)로서 삼성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SDI를 통한 순환출자 고리를 단순화한 것이 이번 합병의 핵심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인 회사(신생 삼성물산)가 삼성SDI를 통하지 않고, 직접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형태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그룹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이 부회장 아래에 두게 됐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없기 때문에 합병법인에 대한 지분율이 떨어진다. 이날 삼성에 따르면 합병법인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16.5%로 기존 제일모직 지분율보다 7%포인트 가까이 떨어진다.

이 부회장의 여동생들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지분율 역시 7.74%에서 각각 5.5%로 줄어든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분율도 2.9%로 줄어든다.

그러나 삼성은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관계사들의 지분을 합치면 지배력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삼성은 합병법인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들의 지분율이 40.2%에 자사주 12.7%를 합치면 52.9%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합병법인에서 지분율이 줄어드는 대신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 삼성SDS 지분 17.1%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 지배구조 '정점'과 '모태'의 만남

한편 지난 1963년 동화부동산으로 출범한 제일모직은 부동산 및 테마파크 사업을 시작으로 건설, 식음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사명이 중앙개발, 삼성에버랜드를 거쳐 제일모직으로 변경됐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상단에 있는 제일모직은 2013년 구(舊)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을 인수하고 2014년 말 증시에 기업을 공개했다.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인 삼성물산은 1938년 설립된 이후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됐다. 1995년 삼성건설 합병 후에는 건설과 상사부문으로 사업영역을 나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011년 삼성의 바이오사업 출범에 함께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을 공동 인수하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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