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제일모직은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양사는 오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물산이다.
명목상 합병목적은 제일모직의 사업영역 및 운영 노하우와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경쟁력을 결합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함이지만 시장에선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큰 흐름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특히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23.23%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그동안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 부회장뿐 아니라 남매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도 각각 제일모직 지분 7.74%를 갖고 있다. 이건희 회장 지분율은 3.44%다.
더구나 제일모직은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삼성생명 지분을 19.34%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20.76%)에 이은 2대주주다.
삼성그룹이 향후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될 경우 삼성전자에서 인적분할한 지주회사(가칭 삼성전자홀딩스)와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는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의 그룹 내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건설 사업이 겹치기도 하지만 이보다 그룹 내 계열사 지분을 비교적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4.1%, 삼성테크윈 4.3%, 삼성엔지니어링 7.8%, 제일기획 12.6%, 삼성정밀화학 5.6%, 삼성SDS 17.1%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와 삼성에스디에스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함에 따라 그룹 전반에 걸친 영향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은 이 같은 지분구조에서 기인한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그룹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예상했던 수순"이라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4.1%가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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