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무시무종의 문장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 2015.05.26 08:36

<77> ‘동승들의 탁발’ 곽효환(시인)

생명을 가진 것들의 ‘산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 고행이다. 현세는 말할 것도 없고 전생도 내생도 ‘산다’ 혹은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전제로 한다. 즉, ‘산다’는 동사가 끊임없는 움직임을 의미하듯 사는 일이란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산다는 것은, 어느 한 생을 잘 살아내지 못했기에 현재 사는 행위의 윤회를 거듭하고 있다는 말이 되겠다. 산다는 일이 고행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고도 지당한 일인 것이다.

시인은 탁발하는 저 동승들에게서 이미 자신의 내생을 본다. 지금 더 열심히 잘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전제로 하는 현시다. 발우를 든 동승들을 보다가 그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나 전생인지, 내생인지 어린 송아지로 태어난 생들이 보이기도 한다. 삼생을 돌고 돌아 현세의 시인이 바라본 무시무종한 삶의 한 현장인 셈이다. 다시 말해 저 동승들의 탁발 행렬은 ‘그럼에도 대는 욕심으로 생을 살겠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문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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