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 '女風'을, 여학생 2000명 공장으로

머니투데이 아산(충남)=유영호 정혜윤 경제부 기자 | 2015.05.25 15:32

[2015 K-걸스데이]전국 120여곳서 성료… "여성인력 산업현장 진출 발판"

22일 충남 아산시 인주면 광진기계에서 열린 '2015 K-걸스데이'에 참여한 천안 복자여고 학생들이 자동차 도어용 부품을 측정하고 있다./사진=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제공
"단 1㎜의 오차만 발생해도 부품을 사용할 수 없어요.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정밀한 설계 및 측정이 기계 산업의 기초입니다."

22일 충남 아산시 인주면 광진기계 연구개발실. 분홍색 옷을 맞춰 입고 자동차 도어용 부품을 측정하고 조립하던 여학생들의 입에서 '아'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부품들은 육안으로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크기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연신 부품을 들었다 놓으며 한참을 살펴보던 여학생들이 부품 분류를 마치자 '1일 멘토' 역할을 맡은 한 직원이 레이저 측정기에 부품을 올려놓았다.

측정 결과는 분류 순서와 정반대. 여학생들의 입에서 '깔깔'하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바탕 웃음소리가 지나가자 이번에는 질문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옆방에 위치한 설계실에서는 컴퓨터설계프로그램(CAD)에 대한 설명 및 체험이 이뤄졌다. 컴퓨터 앞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CAD를 이용해 부품을 설계하면 옆에 설치된 3차원(3D) 프린터에서 부품이 출력돼 나왔다.

한 학생은 설계과정에서 실수를 해 한쪽 귀가 없는 토끼 모양 부품이 인쇄됐다. 실수를 한 여학생은 머쓱한 듯 혀를 빼꼼 내밀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날 광진기계를 찾은 여학생들은 '대한민국 소녀여, 꿈을 펼쳐라'를 슬로건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주관, 머니투데이 후원으로 열린 '2015 K-걸스데이'에 참여한 천안의 복자여고 2학년 이과계열 학생들이다. 참여한 여학생들은 모두 만족감을 나타냈다. 직접 산업현장을 체험하며 이공계에 대한 친밀감을 얻을 수 있었고 공학도라는 꿈에 동기도 부여받았다는 평가였다.

김도연양(17)은 "궁금했던 산업현장을 직접 볼 수 있어 좋았고 기술현장이 더럽고 위험하다는 편견도 깰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화영(17)양도 "직접 와서 보니 나도 산업현장에서 내 몫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K-걸스데이와 같은 여성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2일 충남 아산시 인주면 광진기계에서 열린 '2015 K-걸스데이'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와 천안 복자여고 학생이 컴퓨터설계프로그램(CAD)를 이용해 자동차 도어용 부품을 설계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현장을 직접 찾은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은 여학생들과 함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이공계 진로 탐색에 관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여학생들을 격려했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모든 일은 재미로부터 시작한다"며 "현장에 와서 경험한 재미있는 체험을 바탕으로 산업현장의 인재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박세봉 광진기계 연구개발총괄사장은 "우리 회사는 초기부터 여성 엔지니어를 비롯한 여성인력을 상당 부분 충원하고 있다"며 "여성인력의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여학생들은 복자여고 학생뿐이 아니다. 전국의 2000여명의 중·고·대학교 여학생들이 'K-걸스데이'에 참여해 대·중견·중소기업 및 연구기관 등 120여곳의 산업현장을 찾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비밀유출 우려 등으로 그동안 공개하지 않던 기술현장을 우리나라의 미래 여성 인재들에게 아낌없이 공개했다.

22일 충남 아산시 인주면 광진기계에서 열린 '2015 K-걸스데이'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과 천안 복자여고 학생들이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K-걸스데이'는 여학생에게 기업, 연구소 등 산업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공학계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나아가 산업현장으로의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수년째 55% 안팎에 머물고 있다. 주요 선진국과는 비교조차 어렵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61.8%에도 한참 못 미친다. 골드만삭스 등은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남성수준(77%)까지 높아지면 2025년 GDP(국내총생산)은 현재보다 무려 6% 가량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세계적 산업강국 독일은 2001년부터 여학생들이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을 방문해 기술, 직업을 체험하는 '걸스데이'를 개최하고 있다. 이 행사는 독일 전역에서 만 10세부터 대학생까지 10만명 이상이 여학생이 1만여곳의 산업현장을 방문한다.

독일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벨기에, 폴란드, 스페인, 체코, 스위스 등 독일을 포함해 유럽 16개국에서 비슷한 행사를 진행 중이다.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K-걸스데이를 통해 여학생들의 기술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진로 개발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2일 충남 아산시 인주면 광진기계에서 열린 '2015 K-걸스데이'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첫번째줄 왼쪽 여섯번째)과 천안 복자여고 학생 등 참여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베스트 클릭

  1. 1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2. 2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불바다 된 LA, 한국인들은 총을 들었다…흑인의 분노, 왜 한인 향했나[뉴스속오늘]
  5. 5 계단 오를 때 '헉헉' 체력 줄었나 했더니…"돌연사 원인" 이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