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감염?" 번지는 메르스 공포 '오해와 진실'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 2015.05.22 16:52

'걸리면 죽는다?' 검증 안된 정보 확산… 불필요한 사회비용 유발 우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숨만 쉬어도 감염 된다', '걸리면 죽는다',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걸릴 수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하루 만에 세 명으로 늘어나면서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지난해 에볼라 바이러스 대유행 시기에 퍼지던 각종 유언비어가 재생산 되면서 불필요한 공포감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적절한 대비와 관심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낳을 수 있다.

2009년 신종플루 공포로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에볼라보다 빠르게 번지는 피어볼라(Fearbola)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감염병에 대한 과도한 공포는 오히려 감염병 대응 능력을 떨어뜨린다"며 "감염병은 물론 공포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하기 위해 정확한 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숨만 쉬어도 위험? 공기전파 아닌 비말전파 확률 높아=메르스는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 바이러스다. 감염경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재까지는 공기감염이 아닌 비말감염이나 접촉감염으로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근거로 삼는 것이 전파력이다.

공기감염은 바이러스나 세균의 입자가 작고 가벼워 공기 중을 둥둥 떠다니다 감염되는 것을 말한다. 바이러스나 세균으로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어 전파 속도도 높다. 홍역, 결핵 등이 대표적이다.

홍역의 감염병 재생산지수는 12. 환자 1명이 감염된 바이러스가 12명에게 전파된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메르스의 재생산지수는 0.6~0.7이다. 감염된 환자가 3명 있을 경우 2명의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스 5, 에볼라 2 보다도 낮은 편이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메르스 환자가 4년 동안 1100여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공기감염이 아니라는 증거"라며 "메르스의 경우 비말전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비말전파의 경우 사이즈가 10마이크론 정도이기 때문에 주변에 튀어도 공중 낙하한다"며 "환자의 1~2m 이내에 있는 사람은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밀접접촉자만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첫 번째 환자와 함께 2인실 병실에 입원했던 세 번째 환자 역시 이 같은 비말감염이나 직접감염으로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1~2m 침대 간격에 있는 다른 환자에게 비말이 도달했거나, 바이러스 오염된 매개물이 점막을 타고 침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걸리면 죽는다? 밝혀진 치사율 40%, 낮아질 가능성 높아=낙타에게서 발견된 메르스는 201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사람감염이 보고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메르스의 치사율은 40% 정도.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는 초기 단계에는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집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본인이 걸렸더라도 큰 탈 없이 완치되면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고 위중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주로 집계되면서 사망률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

실제 확산 초기인 국내서 40% 치사율을 보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한국보다 먼저 유행한 중국에서 치사율이 6% 정도로 낮게 보고된다. 1976년 발병 당시 치사율이 97%였던 에볼라의 경우 치사율이 36% 정도로 내려갔으며, 미국과 유럽 등 의료 선진국에서는 완치 환자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바이러스의 전파 원리 역시 치사율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친다. 병원체는 숙주에 기생해 살아간다. 바이러스가 숙주를 죽이면 해당 바이러스 역시 죽게 된다. 메르스는 새로운 숙주인 사람감염이 보고된 지 불과 3년 정도 지난 바이러스로, 인간에게는 낯선 바이러스다. 이 때문에 추후 전파력은 높아지고 치사율은 낮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김 이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연구를 보면 가볍게 감기처럼 지나가는 메르스 환자도 있고 증상 없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도 있다"며 "경증환자가 늘면 치사율은 현재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아직 메르스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지만 증상 초기에 진단해 적절한 대증요법(증상에 맞춰 치료하는 방식)을 할 경우 치사율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는 사스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지만 직접접촉으로 전파돼 확산 속도는 빠르지 않다"며 "1차 발병자에 의해 전파된 2차 발병자는 대부분 가족처럼 긴밀한 접촉을 했을 경우에만 발병한다"고 했다.

그는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는 바이러스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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