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없는 사랑은 안되나요?" 맨발의 여인이 물었다

머니투데이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 부장 | 2015.05.23 05:59

[MT서재]'명작에게 사랑을 묻다'…천재 예술가 작품엔 사랑과 절망의 인생법이 들어있다

“결혼 없는 사랑, 결혼 없이 아이를 낳고 기를 권리를 원해요."

이렇게 말한 여성은 자신의 의지대로 결혼하지 않고 아이 둘의 엄마가 됐다. 하지만 불행히도 아이들은 빗속 차 사고로 죽었다. 그리고 만난 열여덟 살 연하의 시인. 죽은 자기 아들과 너무 닮았다. 죽은 자식에 대한 그리움은 굳은 신념마저 버리고 뒤늦게 결혼을 택하게 했다.

자신의 신념을 버린 대가는 혹독했다. 15개월의 긴 신혼여행에서 보여준 남편은 덜 자란 아이의 모습이었다. ‘더럽게 늙은 암캐 같으니’라는 욕설을 퍼붓고 술주정을 하며 낭비를 일삼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남편을 떠나지 않았다. 부부생활이 막을 내린 것은 어린 남편이 자살이었다. 그녀는 다시 절망했다. 그리고 오십 살 되던 생일, 목을 감고 있던 붉은 스카프 자락이 자동차 바퀴에 휘감기는 사건으로 생을 마감한다.

‘맨발의 여사제’ 현대무용의 어머니 이사도라 덩컨의 삶의 한 대목이다. 발레가 인간의 몸을 억지로 뒤튼다며 거부한 그의 생각은 어디서 시작했을까. 바람을 피워 엄마와는 이혼했지만 멋지고 자유분방한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 시와 고전, 음악을 알려주며 주체적 삶을 일찌감치 일깨워준 엄마의 교육.

도서관에서(심지어 사서는 아버지의 애인이었다) 자유로운 독서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 그녀는 숲 속에서 맨발로, 바닷가에서 나신으로 춤을 추었다. ‘바람과 바다’, ‘별 등의 유영’, ‘어머니가 피아노 치며 들려주었던 노래’ 등을 춤으로 표현하는 일에 일생을 바치기로 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예술가들이 남긴 명작을 이해하려면 그들을 이해하는 게 시작이다. 명작이 태어나기까진 각자의 삶과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창녀와 결혼을 고집하면서 그 이유를 “따뜻한 위로와 생리적 이유”라고 짧게 설명한 빈센트 반 고흐. 그 창녀가 결국 자살하자 자책감에 시달리며 자신을 학대하듯 그림에 몰두했다. 빛의 화가로 통하는 반 고흐의 힘은 ‘색채의 힘’에 대한 이해만이 아닌 ‘사랑에 웃고 울며 쓰러진’ 고통스러운 삶이 근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계’를 작곡한 비발디는 사제 출신이다. 허약한 체질로 6개 월만에 사제 업무를 포기하고 피에타의 여자고아원 음악책임자로 보직이 바뀐 게 운명의 전환점이다. 바이올린 연습과 작곡, 소녀들에 대한 음악교육에 집중한 그는 결국 사제 지위를 박탈당했다. 애제자를 키우며 명성을 날리는 그에게 돌아온 것은 시기와 질투, “빨간 머리의 사제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비난이었다. 음란한 신부로 몰린 비발디는 고향을 떠나야 했지만 동시대 이들도 그의 예술성에는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명작에게 사랑을 묻다’는 폴 고갱, 레프 톨스토이, 오노레 드 발자크, 베르톨트 브레히트, 윌리엄 셰익스피어 등 25명의 천재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작품에 앞서 안내한다. KBS 해피FM(매일 그대와 김동규입니다) 프로에서 ‘그곳에 사랑이 있었네’란 코너를 통해 소개했던 저자가 명사들의 삶을 조금 더 자세하게 풀어 엮었다.

진화생물학자 크리스 페일리 박사는 “아직 과학이 되지 못한 것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다루는 것이 예술과 철학”이라고 말했다. ‘자기 앞의 생’을 어떻게 받아들였고 자신의 가치관을 어떻게 지키며 살았는지, 천재 예술가들은 더더욱 그러기를 포기하지 않은 게 확실하다.

◇명작에게 사랑을 묻다=이동연 지음. 평단. 446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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