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금융 일류화

더벨 박종면 대표 | 2015.05.18 07:46
자본시장 종사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얘기 하나. 삼성이 석유화학 계열과 방위산업 관련 4개사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것을 검토하면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같은 금융계열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매각을 검토했다는 것. 그러다 고민 끝에 삼성 수뇌부는 금융업을 다시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고 한다.

이런 얘기들의 신뢰성이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 삼성생명 삼성화재 같은 초대형 우량 금융사를 받아줄 곳이 국내에는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사를 중국계 자본이나 사모펀드에 팔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런 소문들은 금융부문에 대한 삼성의 고민을 엿볼 수는 있게 한다.

이건희 회장은 늘 삼성전자는 글로벌 1등 기업이 됐는데 왜 금융계열사 중에선 세계시장에 내세울 만한 회사가 없냐며 독려했다. 이 회장은 금융일류화추진팀까지 만들었다.

이 회장의 급작스런 유고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금융 계열사들의 글로벌화와 일류화에 대한 의지가 이 회장보다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매월 주재하고 거물급 해외 금융계 인사들도 많이 만난다. 상징적이지만 지난해 말에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도 취득했다. 그는 특히 자산운용 능력 강화를 주문한다.

금융업이 발달한 미국과 일본에서 공부하고 국내외 자본시장에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젊은 오너가 금융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더욱이 이 부회장이 경영을 맡을 앞으로 20~30년간 삼성금융 계열사들을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키운다면 그의 업적은 삼성전자를 세계 일류로 키운 이건희 회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제조업체 중에는 삼성전자 외에도 일류 글로벌 기업이 여럿 있지만 금융사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20~30년 뒤에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금융 일류화의 꿈은 현실화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답을 한다면 실현되기 어렵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 제조업과 금융업에서 동시에 세계 1등이 된 곳은 미국의 GE 정도다. 잭 웰치는 GE캐피탈을 세계적 금융사로 키웠다.

그랬던 GE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자금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고 금융당국의 전방위 규제에 손을 들고 말았다. GE는 최근 그룹 이익의 40% 이상 내는 GE캐피탈을 정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금융은 규제산업이다. 삼성전자가 해외에 반도체나 휴대폰공장을 지으면 크게 환영받지만 삼성금융 계열사들이 진출하면 갖은 규제로 방어막을 친다. 게다가 대한민국 원화는 미국 달러화 같은 기축통화가 아니며 우리의 모국어가 영어도 아니다. 이런 이유로 금융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 세대에는 금융부문에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일류기업이 나오기 힘들다고 솔직히 인정한다.

그럼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금융 일류화의 꿈이 10년 20년 30년 뒤에라도 실현되길 바란다. 미국처럼 금융에서 1등을 하는 나라가 진정으로 세계 1등 국가다. 앞으로 전개될 ‘이재용 시대’에 삼성금융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할지를 지켜보는 것은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아울러 ‘최고경영자 이재용’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환경은 삼성이 강점을 가진 ICT(정보통신기술)부문과 아주 긴밀히 맞물려 돌아가고 있고, 이는 삼성에는 매우 희망적인 조짐이다. 물론 자칫 잘못했다간 그룹 전체를 집어삼켜버리는 금융의 태생적 위험성을 한 순간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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