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해야 일류대학·일류기업 들어가는 사회

머니투데이 홍찬선 CMU 유닛장 | 2015.05.14 10:00

[공자 이코노믹스]<1>수무족도(手舞足蹈), 신바람 교육으로 경제 기적 이끌어야

편집자주 | 세계 문명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21세기에 공자의 유학은 글로벌 지도이념으로 부활하고 있다. 공자의 유학은 반만년 동안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DNA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에 공자라면 얽히고설킨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한국은 지금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시대다. 약하면 잡혀 먹히고 강해야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학교에서 상위권에 들어 '일류대학'에 들어가고, '일류기업'에 입사해 '일등배우자'를 만난다는 순위 매기기에 목숨 건다.

순위의 노예는 서울대학교에서 무더기 커닝사태를 불러 일으켰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속담처럼, 성적을 훔친 사람이 나중에 무엇을 도둑질할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국가를 어지럽힌 신하와 패가망신시킨 아들은 재주가 넘치지만 덕이 부족하기 때문(國之亂臣 家之敗子 才有餘而德不足)"이라는 사마광(司馬光)의 갈파 때문만은 아니다. 고려를 망국으로 이끈 이인임 일파나 조선을 일본에 팔아먹은 이완용 일당 등. 이들은 넘치는 재주를 나라의 발전을 위해 쓰는 인재(人才)가 아니라 사익을 채우려다 국가마저 망하게 한 인재(人災)였다.

재주 넘치지만 덕이 없으면 '敗子亂臣'

재덕(才德)의 전당이 돼야 할 서울대에서 패자난신(敗子亂臣)의 싹이 자라난 것은 성적순으로 똑똑함을 평가하는 초중고 교육시스템 때문이다. 시험이 끝날 때마다 99%의 학생들은 기가 죽는다. 집에 돌아와 성적표 꺼내기를 창피해 하는 자녀를 부모(특히 엄마)는 더 죽여 놓는다. "누구누구는 공부 잘 하는데, 너는 뭐가 부족하다고 이 모양이냐?"는 말 한마디가 자녀의 가슴에 비수로 꽃힌다. 똑똑하고 헌신하는 엄마는 아이를 망치는 '헛똑똑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일류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이 최대 목표다. 학생이 즐겁게 잘 할 수 있는 것은 살피지 않는다. 질문을 하면 난처하게 한다고 오히려 나무란다. 학교 가는 게 즐겁지 않으니, 수업시간에 대부분이 잠을 잔다. 개성이 강하고 예체능이나 특정학과에 뛰어난 학생은 문제아가 되기 십상이다. "자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 마음이 돼주어 살맛나게 해주는 게 참된 교육"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사랑을 뜻하는 자(慈)는 아이(玆)의 마음(心)이 돼 주는 것이다).

엄마의 강요와 순위 매기기 시스템으로 아이들은 배움의 즐거움을 모른다. 배우고 때마다 익혀야 희열을 느낀다(學而時習之不亦說乎), 공부가 재밌어야 배우고(學) 익히고(習) 생각(思)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의력을 키운다. 복잡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생긴다. 하지만 배우기만 하고, 몸소 실천을 통해 익히지 않으니, 공부가 기쁨보다는 짜증이고 스트레스다. 성적이 좋아도 현실에서는 쓸모없을 때가 많다.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처럼 비바람 몰아치는 광야에 내놓으면 이내 생명력을 잃는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니 위험하기까지 하다(學而不思則罔). 커닝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얻으려는 '순위 노예'가, 남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서라도 출세하고 부정행위를 통해서라도 돈을 벌겠다는 악(惡)으로 이어진다. 악은 '제2의(亞) 마음(心)'이다. 사람의 도리를 지키는 본심이 아니라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이비라는 얘기다.

헤엄 잘 치는 말(馬)이 급류에 익사하는 이유

순천자흥 역천자망(順天者興 逆天者亡)이라고 했다. 하늘에 따르면 흥하고 거스르면 망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하늘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흐름을 읽고 사전에 대비하면 성공하지만, 흐름과 다른 것을 하다보면 망하기 십상이다. 폭우가 쏟아져 급류가 생겼을 때 수영 잘 하는 말(馬)은 익사하고, 수영을 잘 못하는 소(牛)는 산다고 한다. 말은 헤엄치는 데 자신이 있으니 물살을 거슬러 급류를 건너가려다 힘에 겨워 물살에 휘말리지만, 소는 자신이 없으니 급류에 맡기니 안전한 곳으로 떠내려가기 때문이다. 밀짚모자는 겨울에, 방한복은 여름에 팔아야 한다는 말도, 흐름에 앞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하늘(의 뜻)과 시대의 흐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흐름은 500년 안팎의 긴 주기로 되풀이된다. 길어야 100년밖에 살지 못하는 사람이 흐름을 직접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과거 역사를 공부하고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옛것을 알고 미래를 아는 온고지신(溫故知新)과 옛것을 본 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지혜가 필요하다. 조선시대 가장 창조성이 발휘되던 세종 때와 건릉성제(健陵聖際)로 평가받는 정조 때 역사공부와 고전읽기가 가장 왕성했다.

율곡 이이는 책읽기를 2가지로 나눴다. 하나는 책과 내가 따로 노는 서자서아자아(書自書我自我)이고, 다른 하나는 책과 내가 하나가 되는 서즉아아즉서(書卽我我卽書)다. 오랫동안 책을 읽어도 집중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책속으로 몰입해야 책 읽는 재미를 느끼고 효과도 크다는 것이다. 정자(程子)는 이를 수무족도(手舞足蹈)라고 했다. (논어를 읽고 기뻐서) 손을 흔들고 발을 뛰면서 춤춘다는 뜻이다.

한국경제 재생, 溫故知新으로 신바람 다시 불게 하는 데 있다

서자서아자아는 요즘 학생들이 공부하는 수준이다. 단지 시험과 성적, 그리고 엄마의 만족을 위해서 배울 뿐이다(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커닝도 불사한다). 이를 서즉아아즉서의 수무족도로 이끌어야 신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신바람은 기적을 만들어 낸다. 세계 역사상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한글(訓民正音)을 1446년에 단시일에 만들어 냈다. 500원짜리 지폐에 인쇄된 거북선을 들고 조선소를 지을 차관을 빌려왔고, 망국과 분단과 동족상잔의 폐허를 딛고 2세대 만에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온고지신과 법고창신의 참된 교육으로 신바람을 다시 만들어 내는 것. 성장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대한민국호가 재생할 수 있는 확실한 길 중 하나다.
/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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