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 서남향에서 보니 주둥이 긴 새머리네

머니투데이 제주=김유경 기자 | 2015.05.14 10:42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총 8.3㎞ 4시간 코스…튜물러스, 밭담, 일제동굴진지유적지 등 볼거리 다양

튜물러스와 성산일출봉/사진=김유경기자
성산일출봉. 왼쪽부터 성산일출봉 입구 기준으로 △왼쪽 북향 △입구쪽 서향 △오른쪽 남서향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김유경기자
성산일출봉의 모습이 그토록 다양하게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성산일출봉의 모습은 보는 위치에 따라 드러나는 모습이 전혀 다르다.

주차장 쪽에서 본 성산일출봉은 바닥 넓은 청동대접을 엎어놓은 형상이다. 위치를 오른쪽으로 옮기면 주둥이가 길고 머리가 납작한 새 머리 같고 왼쪽에서 보면 장갑 낀 주먹처럼 보인다.

당연한 건데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이 열리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성산일출봉에 여러 차례 왔어도 정상까지 올라가 일출봉 너머 바다를 한번 조망하고 내려오면 곧바로 다른 관광지나 중문단지로 황급히 발길을 돌리곤 했기 때문이다. 시간에 따라 근처에서 점심 한 끼를 해결하면 오래 머무는 편이었다.

하지만 성산일출봉은 그렇게 한 두 시간 보내고 올 곳이 아니었다. 성산일출봉에서 내려다본 성산리, 오조리 마을은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을 따라 놀멍쉬멍 걷다보면 그동안 놓쳤던 일출봉의 다른 면면을 볼 수 있다.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사진=김유경기자
특히 정상까지 다녀오는 성산일출봉 트레킹 1.2㎞를 포함해 총 8.3㎞에 이르는 코스를 돌다보면 소라게 군단, 말, 철새, 튜물러스, 밭담 등의 자연과 만나고 쉼터와 족지물 등에서 주민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계속 걷는다면 사진을 찍고 차 한 잔 마시고, 경치 구경을 하더라도 4시간이면 족하다.

해발 180m의 성산일출봉은 약 7000~5000년 전 제주도 수많은 분화구 중 드물게 얕은 바닷가에서 폭발해 만들어진 수성화산활동으로 생겨난 오름이다. 성산일출봉을 품고 있는 성산리는 제주 7개 자연유산마을 가운데 가장 작지만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최근 중국인들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금연구역 표시가 크게 있는 곳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중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제주밭담 아래 핀 야생화/사진=김유경기자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이 열린 첫날 코스는 전복죽으로 유명한 오조 해녀의 집에서 출발했다. 아침 식사 전이라면 든든히 먹고 출발해도 좋을 듯하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때 첫 번째 만나는 식산봉은 '성산10경'중 하나다. 이곳은 염습지에서만 자라는 희귀식물인 황근의 국내 최대 자생군락지다.

식산봉 앞 다리를 건너지 않고 다음 다리를 건너면 용천수 '족지물'이 나온다. 족지물은 지하수가 암석 틈새로 솟아나는 용천수가 나오는 곳으로 식수는 물론 빨래와 목욕을 하는 공간이다. 이곳엔 여러 물통이 있어 여탕과 남탕으로 구분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다.

오조리 마을을 지나면 또다시 카메라를 꺼내게 하는 예쁜 자연 경관이 나온다. 화산활동의 흔적인 튜물러스와 제주밭담이다. 튜물러스는 화산폭발로 흘러내린 용암류가 표면은 굳기 시작했는데 하부에서는 계속 천천히 흐르면서 완만한 구릉형태를 이룬 지형이다.


철새도래지를 지나 터진목으로 가는 길에 만난 말들 /사진=김유경기자


철새도래지를 지나 터진목으로 가는 길에 잠깐 짬을 내 내수면 가까이 다가가면 투명한 바다 속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소라게들의 행진도 엿볼 수 있다. 이어 여러 필의 말과 인사를 나누게 된다.
터진목은 원래 썰물 때 성산리 섬을 반도로 이어주는 모래톱이었다. 물때에 따라 바닷물로 터지곤 했던 길목이라 해서 '터진 길목' 곧 '터진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은 4·3사건 당시 성산지역 주민들이 집단으로 학살당한 곳이기도 하다. 이후 연륙공사로 이어지면서 바다가 내수면이 됐다.

성산일출봉으로 가기 전 한 군데 더 들를 곳이 있다. 일제 동굴진지 유적지다. 2차 세계대전 말기에 일본군이 연합군과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기 위해 제주 전역에 수많은 동굴 진지를 구축했는데 당시 성산일출봉이 일본해군 자살특공기지로 쓰였고 이곳 동굴진지는 폭약 실은 특공소형선을 감춘 비밀기지였다.
일제동굴진지유적지/사진=김유경기자


성산일출봉을 지나면 성산리 중심지에서 정오방향에 있는 자연포구 '오정개'를 지난다. 이곳에서 성산일출봉의 북향을 볼 수 있으며, 쉬어가기에도 좋은 장소다. 시인 이생진 시비 거리를 지나면 마지막 코스인 성산항과 우도가 나온다. 다만 성산항·우도에서 테우리동산 부근 해안 길은 9월까지 정비중이라 이용할 수 없다. 오정개에서 성산초등학교로 이어지는 임시코스를 이용해야 한다.

☞제주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여행팁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코스(8.3㎞)=성산일출봉→일제동굴진지유적지→터진목·4.3유적지→철새도래지→튜물러스·밭담→용천수, '족지물'→식산봉→성산항·우도→시인 이생지 시비거리→오정개→성산일출봉. 반대 방향으로 돌아도 상관없다. 단 그늘이 거의 없으니 자외선 차단제와 모자 또는 양산을 준비하는 게 좋다.

▶해설사 신청=지오홈페이지(www.jejugeopark.com)에 해설사를 신청하면 마을 주민이 동행하며 지리와 역사, 문화 트레일의 궁금증들을 풀어준다.

▶점심엔 '보말칼국수'= 신라호텔에서 재능기부로 레시피를 전수하고 있는 '맛있는 제주만들기' 5호점 '신좋은식당'이 성산일출봉에서 차로 10분 거리 내에 있다. 바닷가 근처라 주인이 매일 바다에서 보말을 채취, 신선한 보말음식을 맛볼 수 있다. 보말칼국수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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