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부분열의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표 측 친노(친 노무현) 그룹과 비노(비 노무현)가 4.29 재보선 패배 책임론을 두고 충돌하면서 12일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별도로 모여 지도부에 리더십 회복을 요구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사퇴의사를 고수했고, 당 일부에선 '5.8 사태'로까지 불리는 8일 최고위원회 파행에 책임있는 정 최고위원을 출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평당원들은 정최고의원의 징계를 요구하는 등 하루 종일 파열음이 이어졌다.사태 해결에 키를 쥔 문 대표는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 등 4선 이상 의원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90분 이상 긴급 모임을 갖고 "당이 위기상황이며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공식기구에서 공개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라"는 요구를 모아 문 대표에게 전달했다.
중진들의 집단행동이 구속력은 없지만, 문 대표를 중심으로 이른바 '비선'이 당을 움직인다는 우려를 인정하고 개선을 촉구한 점이 주목눈에 띈다. 비노 진영에서 집중 제기해 온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어 문 대표를 만난 박 전 부의장은 "거북할 정도로 솔직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문 대표는 기자들에게 "말씀을 잘 들었다"며 특별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당 내홍은 표면적으론 선거패배 책임을 둘러싼 지도부 거취 논쟁이다. 선거 후 꿈틀거리던 갈등은 '5.8 사태'로까지 불리는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를 기점으로 더욱 증폭됐다. 이때 정청래 최고위원이 '호남비노' 주승용 최고위원을 이른바 '공갈사퇴'라며 비판했고, 주 최고위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정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당내 갈등을 폭발시켰다는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김동철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 최고위원 출당을 공식 요구했다. 출당이 관철되지 않으면 자신을 포함해 뜻있는 의원들이 결단하겠다며 "엄포를 하는 게 아니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평당원 9명은 당 윤리심판원에 정 최고위원 징계 요구서를 냈다. 심판원은 강창일 윤리심판원장의 조사명령이 있으면 정식사안으로 다룰 수 있다.
노 의원은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 최고위원 사퇴의사에 "최고위원직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고 일갈했다. 사퇴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의원과 똑 같은 발언을 하면서 문 대표 측이 비노 진영을 끌어안기보다는 정면 비판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같은 날 오후엔 김한길 전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표는 오로지 친노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가볼 것인지 야권 대표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할지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 내홍이 수습보단 각 세력간 물러섬 없는 힘겨루기로 흐르는 양상이다.
주 의원이 최고위원직에 복귀하면 사태가 일단은 봉합될 수 있다. 그러나 지역구인 전남 여수에 머물다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차 등원한 그는 "나는 사퇴했다"며 뜻을 접지 않았다. 정 최고위원이 그에게 사과하러 11일 여수로 찾아간 데엔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믿는다"고 했지만 출당요구 등엔 말을 아꼈다.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문 대표가 뚜렷한 봉합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같은 친노그룹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12일 국회 한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기자들에게 "당원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너무 안타깝다"며 "여론에 호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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