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어디서 쉬어야 하죠?" 대학에 '남학생휴게실'이 없다

모두다인재 김현정 기자 | 2015.05.12 10:41

"설치 계획도 없어"

모두다인재가 12일 서울 및 수도권 소재 주요 22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남학생휴게실이 설치된 대학은 경희대, 명지대, 건국대 등을 포함한 단 7곳에 불과했다.
대학 내 휴식 공간이 부족하다는 남학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여학생들은 여학생휴게실 등 독립된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남학생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여학생휴게실은 거의 모든 대학에 설치돼 있는 반면, 남학생휴게실이 설치된 대학은 극히 드물다.

최근 학생들의 익명 사연을 소개하는 '한양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자신만의 휴식 공간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경영대 소속 남학생이라 밝힌 글쓴이는 '지하 1층 계단 없는 통로 의자'나 '인터넷 강의실 의자' 등 편하게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추천했다. 그는 "잘 때 후드티를 가져오면 신상까지 조금은 가릴 수 있다"며 "다른 사람들 엉덩이 닿는 곳에 누워있기 정신적으로는 힘들지만 이제는 익숙해서 불평할 생각도 잘 안 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남자휴게실이 설치돼 있지 않은 대학은 몇 곳이나 될까. 머니투데이 '모두다인재'가 12일 서울 및 수도권 소재 22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남학생휴게실이 설치된 대학은 경희대, 명지대, 건국대 등을 포함한 단 7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한국외대, 동국대, 홍익대 등 15곳의 대학은 남학생 전용 휴게실이 존재하지 않았고, 다수의 대학들은 "향후 설치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K대학 관계자는 "남녀공용휴게실이라 하면 남학생들이 점령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자연스럽게 여학생들은 이용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며 "여자휴게실은 따로 못 박아 둘 필요성이 있지만 남자휴게실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남자휴게실 미설치 대학에서는 과방 등 각 학과 전용공간이 마련돼 있어 이를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외대 Y씨(태국어과 2)와 H씨(경제학과 2)는 "성차별이라고까지는 생각해본 적 없지만 남학생들을 위한 휴게실은 한 군데도 없으니 의아했다"며 "남학생들 대부분 휴식공간이 없어 배회하는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어 "과방은 사람이 많고 시끄러워 쉴 수가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동아리에 들지 않았다면 우리도 갈 곳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입장에서도 난감한 부분이 적지 않다. 남학생들의 불편사항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대학 내 공간이 부족해 설치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심민우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남자휴게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선 조성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강의실 자체도 부족한 상태에서 학교와 충돌할 만한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아리나 학생회를 하는 학생이면 상황이 조금 나은데 그렇지 않은 남학생들은 공강 시간에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동규 외대 총학생회장는 "대학 내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대학 측에 현재 직접적인 요구 계획은 없지만 남학생 전용 휴게실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어, 기회가 된다면 추후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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