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프로젝트 파이', 韓 알뜰폰 시장 진출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 2015.05.10 08:39

法적으로 '가능', 현실적으로 '불가능'…서비스 방식 다르고 '요금 경쟁력' 없어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넥서스6'. /사진제공=구글.
미국 현지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한 구글은 과연 한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구글이 법·제도 측면에서는 언제든 한국 이통 시장에 진입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시장서 경쟁력을 갖추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구글은 지난 달 월20달러(한화 약 2만1950원)만 내면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 파이' 서비스를 출시해 글로벌 통신업계를 크게 긴장시켰다. 일단 미국시장에서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했지만 향후 전 세계로 무대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구글의 이동통신 사업은 망을 직접 구축하는 대신 기존 통신사의 망을 빌려 쓰는 'MVNO(이동통신재판매)' 형태다. 국내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 등이 서비스하는 '알뜰폰'과 동일하다. 이 방식대로다면 국내시장에 얼마든지 진출할 수 있다.

직접 네트워크를 깔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와는 달리, 알뜰폰 같은 별정통신사업은 해외 사업자의 지분투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사업모델 그대로 한국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내 이동통신망 환경과 달라서다.

구글 '파이'는 주로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와이파이 콜링'망을 이용해 서비스 된다. 와이파이 콜링이란 이통사의 무선망 대신 와이파이 접속을 통한 유선망을 통해 통화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유선망은 무선망보다 도매대가가 훨씬 저렴하다. 구글이 AT&T와 버라이즌 등이 내놓은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40달러)의 절반 수준인 20달러로 동일 요금제 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파이' 서비스 단말기 '넥서스6'에도 '와이파이 콜링'에 우선 접속되도록 해주는 구글의 독자기술이 내장돼 있다.


반면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와이파이 콜링' 서비스를 도입한 통신사는 없다. 기존 무선망 대비 통화 품질이 낮기 때문이다. 이동 중 통화 시 자주 끊기는 문제도 있다. 통화 품질에 워낙 민감한 국내 통신 이용 환경에서는 앞으로의 도입 가능성도 별로 없다. 알뜰폰 서비스가 2개 이상의 이통사의 망을 교차 이용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물론 구글이 '와이파이 콜링' 방식을 포기하고 국내 알뜰폰 방식을 택하는 방식도 있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 요금 체계도 미국과 크게 다르다는 게 문제다. 특히 국내 이통 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면 개편될 경우, 구글 '파이'의 경쟁력은 현격히 떨어진다.

KT가 출시한 데이터선택 요금제의 경우, 음성통화를 무제한 쓸 수 있는 최소 요금제는 월 2만9900원으로, 구글 파이에 비해 8000원 가량 비싸다. 하지만 구글은 1GB 이상 데이터 상품을 추가 옵션으로 필수적으로 가입해야한다. 1GB당 10달러(약 1만800원)이다. KT도 추가요금을 지불하면 기본 데이터 용량이 많아지는데 1GB당 5000원 수준을 넘지 않는다.

구글 '파이'가 미국 현지 이통사 요금보다는 경쟁력이 충분하지만, 국내 데이터 중심 요금제보다는 비싼 셈이다. 국내 이용자들이 굳이 구글 알뜰폰을 찾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구글의 이동통신 시장진출 목적이 가입자를 통한 수익창출보다는 네트워크까지 플랫폼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봐야한다"며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이통시장 진출 여부도 시장 그 자체보다는 플랫폼 확장 전략 측면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플랫폼 가치 측면에서 한국 이동통신 시장이 구글 입장에서 매력이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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