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 "치욕", "연분홍 꽃치마~"노래까지…콩가루 야당 어찌할꼬

머니투데이 김성휘,황보람 기자 | 2015.05.08 17:17

[the300](종합)주승용·정청래 설전-文 당혹, 막장 감정싸움의 재구성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정청래 최고위원과 공개 석상에서 언쟁을 벌이다 문재인 대표의 만류를 뿌리치며 퇴장하고 있다. 2015.5.8/뉴스1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정청래 최고위원과 공개 석상에서 언쟁을 벌이다 퇴장하고 있다. 2015.5.8/뉴스1

'막가는'하루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들이 8일 공개석상에서 "공갈" "치욕" 등 험한 말을 주고받으며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다. 4.29 재보선 패배 이후 꿈틀거리던 계파 갈등이 분출한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또다른 최고위원은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로 시작하는 노래를 불러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노래 제목은 '봄날은 간다'였다.

◇주승용 vs 정청래 vs 유승희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제갈량이 와도 당내 갈등을 해결 못할 심각한 상황"이라며 "제갈량의 원칙이던 3공 정신(공개·공정·공평)을 되새긴다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비노(非노무현) 성향, 현 지도부 중 유일한 호남지역구인 주 최고위원은 4.29 재보선 이후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친노패권주의'를 언급하며 가시적인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정청래 최고위원은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며 주 최고위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회의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마침 이날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첫 최고위원회의였다.

주 최고위원은 정 최고위원 발언 다음 순번인 전병헌 최고위원으로 마이크가 넘어갈 때 "잠깐"이라며 의사진행발언을 자청, "공개석상에서 이런 말 듣는 것은 치욕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당원들의 대표인 최고위원에게 할 말은 아니다"며 "제가 세상을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정 최고위원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 관련 "제가 발언한 것을 사사건건 SNS 통해 비판한 것을 참아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사퇴 합니다. 모든 지도부들 (사퇴) 해야 합니다"라고 말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문재인 대표, 강기정 정책위의장이 곧 뒤따라 나갔고 문 대표는 이내 자리로 돌아와 회의를 계속 주재했다.

이날 회의엔 막말이 오갔을 뿐 아니라 노랫소리도 들렸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냉랭한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어버이날 (어르신들께) 불러드리고 왔다"며 "연분홍 치마가 꽃바람에 휘날리더라"는 한 소절을 불렀다. 그는 마침 짙은 분홍 재킷를 입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유 최고위원이 노래를 끝까지 불렀으면 분위기가 반전됐을텐데"라고 꼬집었다. 이어 "갈등을 성숙하게 풀어야 한다. 지금 모습으로 국민 신뢰를 받기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문재인 당혹 "정청래가 사과해야"

주 최고위원은 평소 '균형추'를 자임하듯 문재인 대표에 비판적이었다. 정 최고위원은 순발력은 있지만 과도한 표현으로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곤혹스런 상황을 맞은 문 대표는 회의중 보좌진이 건넨 종이에 무언가를 쓴 다음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단합"이라고 말했다. "아까 (정청래) 발언은 공개적 자리에서 다소 부적절했다. 유감스럽다"며 "지금까지 당 운영과 당의 단합에 미흡한 부분 있었다면 고쳐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어버이날을 맞아 홍은동 사회복지관을 찾은 자리에서도 "주승용 최고위원 사퇴는 진심이 아니었다고 본다"며 "정청래 최고위원이 적절한 방법으로 사과함으로써 풀어나가는 게 필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승용·정청래 두 사람은 장외에서도 설전을 이어갔다. 의원회관 사무실로 돌아간 주 최고위원은 취재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답변을 기다렸으나 돌아온 것은 폭언이었다"며 "이것이 바로 패권정치의 폐해"라고 격앙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기자들과 만난 정 최고위원은 "사퇴하란 뜻이 아니었다"면서도 "(재보선을) 이겼으면 친노패권주의의 승리란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공갈이란 표현이 심한 것 아니냔 질문엔 주 최고위원이 사퇴한다는 말과 아니라는 말을 반복했다며 "사퇴 카드로 당 단합을 해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둘은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들러리만 서는 최고위원은 필요없다"(주승용) "분열은 죽음"(정청래)이라며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재보선 패배 후 내부갈등이 심각함을 보여주는 '코미디'같은 현장이 되자 정 최고위원에 대한 비난도 제기됐다. 같은 당 이언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 최고위원 말은) 차마 믿기 어려울 지경"이라며 "문재인 대표를 흔드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이 이른바 '문재인 흔들기'에 반박하는 의도였다 해도 문 대표를 더 궁지에 몰아넣는 결과를 낳았단 뜻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경선을 통해 제4기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종걸 의원과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2015.5.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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