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해봐라"·"애인 있냐"…매너없는 면접, 구직자 운다

머니투데이 이슈팀 이보라 기자 | 2015.05.07 11:11
/사진=이미지투데이
#유민정(가명·27)씨는 얼마 전 한 중견기업 면접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면접관들이 자신에게 "요가를 해보라"고 시켰기 때문이다. 유씨의 이력서 취미란에는 '요가'가 적혀있었다. 당시 정장 치마를 입고 있었던 유씨는 "치마를 입고 있어 요가를 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 면접관이 "다음 면접 때 요가를 꼭 해보라"고 했지만 유씨는 최종면접에는 올라가지 못했다.

구직자들이 '매너없는' 면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구직자들이 매너없는 질문에 대해 항의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는 길도 없다.

◇"노래 한 곡 뽑아봐"…면접인가, 장기자랑인가?

일부 면접관들은 면접 현장에서 구직자들에게 다양한 장기를 요구한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요가를 비롯해 노래, 춤 등 각양각색이다.

지난해 모 기업의 면접에 참여했던 A씨는 "이력서 취미란에 '노래'가 적혀있어 면접관들이 노래를 시켰다"며 "합격하기 위해 열심히 불렀지만, 노래 실력이 사무직 사원으로서 적합한 자질을 측정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씨도 2011년 모 기업 면접에서 "'특정 가수의 노래를 불러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기껏 불렀더니 '창법'이 비슷하다는 등 채용과 상관없는 평가가 이어졌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여성에게만 묻는 질문…"가정이냐 일이냐"

여성 구직자는 가혹한 질문을 받는다. C씨는 지난해 한 언론사 면접에서 면접관들에게 "가정과 일 중 무엇이 더 우선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C씨는 "남성지원자에게는 절대 묻지 않았을 질문이라 불쾌했다"고 말했다.

D씨도 얼마전 모 기업 면접에서 "'여성은 몸 편한 일을 선호하는데 왜 건설사를 지원했느냐'는 질문을 들었다"며 "면접관들이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여성 구직자들은 면접관들로부터 결혼과 출산 시기, 애인 유무 등 사적인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 고향은?" 아버지 뽑는 자리?

지난해 모 언론사 면접에서 김모(27)씨는 아버지에 대한 질문만 주야장천 들었다. 김씨는 "아버지의 직업과 연봉을 묻고 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며 "나에 대한 관심은 없고 아버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모(29)씨도 면접에서 아버지의 고향에 대해 답해야 했다. 혹여 아버지가 특정 지역 출신인 게 채용시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불안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구직자들은 아버지의 낮은 학력이 채용시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까봐 걱정하기도 했다. 그만큼 기업이 구직자의 집안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직자, 묵묵히 당할 뿐… 면접 과정 정비 필요

사람인이 671명의 구직자에게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 절반인 52.8%가 '면접 질문을 받고 불쾌하거나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70.1%가 당황하거나 불쾌해 집중력이 떨어졌고, 96%가 입사 의지가 하락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불쾌감이나 황당함을 면접관에게 표현했다는 응답자는 32.5%으로 10명 중 3명 꼴에 불과했다.

구직자들이 면접관에게 불쾌감을 표하지 않는 것은 구직자와 면접자 간 사이가 '갑을 관계'여서다.

구직자들은 면접관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하거나 감정적으로 동요해선 안 된다. 윗 사람에게 버릇없이 구는 사람이나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돼 면접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에 구직자들은 인권 침해적 질문이 나와도 대응할 수 없다.

인사 전문가들은 면접 과정을 보다 합리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대기업 같은 경우 부장, 사장급부터 인사 관련 교육을 받고 매뉴얼대로 면접을 진행해 소모적인 질문을 줄이는 편이지만, 중소기업 등 소규모 기업체는 인사 부문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 구직자에게 실례가 되는 면접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 면접관들이라도 매뉴얼 외 질문을 해 구직자의 불쾌감을 살 수도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기업 측이 구직자의 직무 역량 등 자질에 초점 맞춘 면접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자질을 갖춘 인재를 식별해 채용하는 게 기업 입장에서도 유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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