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학교정화구역'…성매매·유흥업소 판치는 이유가?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 2015.05.07 06:20

[the300-런치리포트] ['학교앞호텔' 허용해? 말어? ③]

서울의 한 유흥업소 밀집지역 전경.(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사진= 뉴시스


# 지난 3월 서울 강남의 한 모텔에서 감사원 간부 2명이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적발됐다.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이들은 인근 모텔로 자리를 옮겨 성매매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흥주점 업주는 성매매 알선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유흥주점은 인근 초등학교와 불과 5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초등학교 코 앞에서 성매매 알선이 이뤄진 셈이다.


현행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학교 인근에 유흥업소를 포함한 유해시설 설치가 불가능하다. 학교보건법은 '정화구역'을 지정하고, 학교 경계에서 직선거리 반경 200m 내 유해업소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호텔을 포함한 숙박업소와 유흥업소는 물론 화장장, 감염병원 등이 그 대상이다.

이 법 시행령에 따르면 반경 50m까지는 절대정화구역으로서 유해시설이 들어서는 것이 원천 금지된다. 그러나 50~200m는 상대정화구역으로 구분,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습과 학교 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해당 시설 건립이 가능하다.

문제는 상대정화구역에 대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해시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일부 기업이나 사업자들이 인근 학교에 장학금 또는 학교발전기금 지급 등을 약속하며 위원회에서 예외적으로 시설 입주를 허가할 것을 청탁하는 경우들이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전국 2만144개 학교 반경 200m 이내에 위치한 유해시설은 3만9419개로 학교 1곳 당 약 2개의 유해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유흥·단란주점이 1만1733개에 달했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또 업주의 허위 등록 등으로 성매매·유흥업소가 학교 인근에서 버젓이 영업을 하는 상황도 상당수다. 각 지역 경찰이 주기적으로 학교 앞 유해업소 집중단속에 나서지만 그때 뿐이라는 지적이다. 수사권이 없는 심의위원회는 사업자들이 제출한 자료 외에 유해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학교 주변 관광호텔에 대해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관광호텔업에 대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규정을 완화하는 훈령을 내놨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훈령 시행 이후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향후 관광호텔업 심의시 동 훈령에 따른 절차 등을 준수해달라"는 공문을 각 교육청에 보냈다.

정 의원은 "사실상 교육감이 갖고 있는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운영에 대한 권한을 훈령을 통해 교육부가 침해하고 있다"며 "특히 교육부가 향후 '타 업종까지 확대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향후 다른 각종 유해시설에 대해서도 심의방식이 완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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