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봐도 한국 대형주는 싸도 너무 싸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15.05.06 06:39

# PER(주가수익비율)의 역수(주식의 기대 수익률)가 우량 채권금리의 2배 이상일 것
# 배당수익률이 우량채권 금리의 70%를 넘을 것.
# 주가가 주당 순 현금성 자산의 70%보다 많을 것.

세계적인 투자 대가 워렌 버핏이 평생의 스승으로 꼽았다는 벤저민 그레이엄이 투자할만한 저평가 주식의 기본으로 제시한 3가지 조건이다.

'증권분석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레이엄은 가치투자 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주식투자로 큰 성공을 거뒀다. 워렌 버핏이 그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기 위해 장남의 중간이름에 '그레이엄'을 넣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그레이엄이 제시한 저평가 주식의 판단근거로 현재 한국 증시의 상황을 평가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에 진입한 만큼 저금리 상황을 감안한 적정 PER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기업들이 배당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배당수익률도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파악하는 중요한 잣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반영한 코스피200 편입 종목들의 평균 PER는 14.1배로 집계됐다. 이는 적자기업의 PER을 '0'으로 수정해 적용한 것으로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등도 통계 오류를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토대로 한 코스피200 PER의 역수(1/14.1)는 7.09%다. PER의 역수는 주가 1원당 그 기업이 벌어다 주는 이익의 비율로 투자 대비 기대수익률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4일 기준으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896%의 2배는 3.792%다. 그레이엄의 기준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200 편입종목들은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의 3배가 훨씬 넘는 수익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상당한 저평가 상태라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PER은 이보다도 크게 낮아 이익수익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도 들여다 볼 대목이다. 지난 4월말 기준 삼성전자가 포함된 반도체 업종의 PER은 9.1배로, 자동차업종은 6.6배에 불과했다. 이익수익률로 환산하면 약 11%, 15%다. 이 밖에 정보통신은 11.1배, 소비자유통은 17.5배로 이익수익률이 각각 9%, 5.7%대에 달한다.


코스피 전체로도 현재 밸류에이션은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지난 3월 코스피 PER(손실 반영) 평균은 16.98로 이익수익률이 5.89%다.

다만 코스피 중형주 PER은 63.36에 달해 이익수익률이 1.58%로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마저 밑돈다. 리스크는 국채보다 더 큰데 기대수익률은 더 낮으니 투자할만한 대상이 아닌 셈이다. 지금 주식에 투자하려면 대형주가 답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배당수익률 분석도 결과가 비슷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코스피200의 배당수익률은 1.07% 가량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1.896%의 70%는 1.3272%로 배당수익률보다 높지만 올해 기업들의 이익개선과 배당확대, 그리고 기준금리 추가인하 가능성이라는 요인을 생각해보면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올 들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주식이 가장 싸다"는 평가를 잇따라 내놓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증시의 소외현상이 고착되면서 주가와 기업가치가 따로 노는 현상이 심화됐다는 얘기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국내외 금리 인하로 인해 증시 유동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가늠하고 있지만 그 시기가 빨라도 오는 9월 이후로 늦어지고 있고 유럽은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금리여건도 우호적이다. 여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기존 2%에서 1.75%로 낮추며 국내 유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여건이 마련됐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 대비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라 PER 기준으로 보면 코스피 지수대가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최근 시장이 조정을 받으며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실적을 확인하면 저평가된 대형주를 중심으로 시장이 다시 방향성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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