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문안안, 안문안, 안안문'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15.05.04 15:35

[the300]4·29 재보선 후폭풍…야권 대권주자들의 명암

◇등장인물

the300 정책위팀 김 기자. the300엔 '슬픈 전설'이 있다. 국회 담당 기자들이 광역단체까지 담당하며 취재를 해야 하는 '빡센' 전설이. 여야 구분, 지역 연고 따윈 없다. 홍성이 강원도에 있는 줄만 알다가 충남도를 맡으면서 충청 사람들은 '중앙당'을 '중앙땅'이라 발음하는 게 마냥 신기한 중.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 [뷰300]으로 유승민 전문가로 거듭난 이후 김무성 전문가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4·29 재보선에서 3대0대1의 결과를 예측해 선거판의 '부채도사' 반열에 들었다. 일찌감치 호남정치의 혁신을 주장해 온 정치 고수.



◇사건개요
딴 데 가서 재밌는 얘기 하지말라고 그렇게 당부를 했건만. 4·29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전패를 예언한 후 SNS에서 야당 지지자들로부터 무수한 욕을 먹고 있는 '윤 실장 구하기'에 나선 김 기자.

이번엔 '전화배틀'이 아니라 직접 만났다. 그것도 쉴 사람은 모두 쉰다는 5월 1일 노동절에. 여야를 넘나드는 '미들 웨이', 제3당의 출현 가능성 등 그간 하고팠던 이야기는 모두 접고 재보선 후폭풍으로 본 야권 대권주자들의 미래를 짚어봤다.

그동안 아무도 물어보지 않아서 못했던 이야기들을 쏟아내니 좋긴 한데 쏟아내고 보니 윤 실장이 먹을 욕을 김 기자가 대신 먹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문재인의 친노 본능… 몸과 머리가 따로 논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들에게 욕 엄청 먹고 계시던데요. 본격 거물 평론가의 길로 가시는 겝니까.


어제 오늘 보니까 정동영, 천정배 욕하는 거 보면… 어휴…. 옛날부터 그 생각은 했는데 정말 햇볕정책을 배워야 할 사람은 이 사람들이에요. 내가 만약 새정치민주연합에 있으면 우리도 따뜻하게 할 수 있고 부족하지만 노력하겠다 달래고 갈 텐데, 니들이 정치를 뭘 알아 이러면서 호남 사람들한테 '호남자민련' 만들어서 기분 좋냐 몰아붙이면 당연히 사람들이 더 돌아서는 거지.

며칠 전 호남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중진의원을 만났는데 천정배가 호남당을 만들 정도까진 못할 거란 이야기를 하던데요. 그래도 바깥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연대할 수 있을 거라면서. 그러면서 재보선 패배 후 문재인 대표의 메시지가 잘못됐다며 통합이 아니라 연대로 가는 것이 맞다고 하더라고요. 문재인이 통합이란 걸 내세워서 자기 쪽으로 흡수하려고 하면 그거야 말로 햇볕정책에 대한 북한의 공포같이….

문 대표가 너무 나이브한 게 지금 '묘한 통합'으로 가면 진짜 분당이 될 수 있어요. 이번에 정의당이 진보 4당연대로 해서 관악을에서 정동영 지지하기로 방침을 잡았는데 유시민을 비롯한 참여계의 강력한 반발로 공식 지지를 못했어. 천호선 대표가 광주에 내려가있다시피 했는데 계속 천정배만 조지고 조영택은 건드리지도 않는다고 광주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정의당이 진보정당 색채보다 친노색채가 점더 강해지고 있거든요. 여기에 통합하자고 하면 정의당 내에서 좋다는 사람도 많을거야. 근데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에 정의당, 유시민 이렇게 들어오면 분당하자는 사람들이 생길거란 말이지.

그럼 정말 도로열우당인데요.




그렇지. 그러니까 문대표가 나이브하다는 게 그런 계산을 못한다는 거에요.



문 대표가 나이브한 건 둘째치고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 갖고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가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정치집단을 보면 머리와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머리는 이게 아닌데, 몸이 그렇게 가는거야. 관악을 선거에서도 막바지에 이해찬, 문성근이 온게 완전히 표 깎아먹는 행동이거든. 첨엔 머리가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몸과 마음은 그렇게 가는 거지.

지난번에 유승민 얘기했을 때 야당 얘긴 빼고 나간건데 그때 했던 얘기가 정책엑스포 이런 부분 잘하고 있다였잖아요. 사실 유승민이 사석에서 뭐라고 했냐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점수 따는 방법을 아네, 이런 얘기를 했었다고요. 슬쩍 특검도 꺼냈다가 눈치봐서 수그리고 경제정당 얘기도 해서 표를 받는 법을 찾은 것 같다고. 근데 결국에 '성완종 리스트' 나오면서 참여정부 특사 나오고 나서 완전 페이스를 잃고….

그런 느낌이야. 부모 욕하면 화르륵해 가지고 눈이 확 돌아가는….




결국 권력의지이기도 한데 정권 잡고 지도자가 되는 사람들은 정치적 아버지를 밟고 일어서는 사람이라고요. 노무현이 대북수사를 감수하듯이 문재인도 그 정도로 버릴 수 있는게 있어야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하기도 해요.


많은 경우 똑똑하게 가는 방향이 옳은 경우가 많아요. 옳게 간다고 해서 똑똑한게 아니고. 노무현을 최대한 재평가하는 방법은 뭐겠어요. 문재인이 자기가 대통령이 되는 거야. 그러면 자연스럽게 노무현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되는 거에요.


'Smart is right(스마트 이즈 라이트)'예요? 괜찮은데. 그래도 내년 총선은 전국적인 선거고 의미도 다를 수 있고 투표율도 높아지고 그러면 야당은 정권심판론 다음번에 계속 밀고 나가야 하는거 아니에요?(웃음)


아니죠. 이제는 유능함과 신뢰가 기본인거에요. 얼마전만해도 문재인 당선되고 좋은 워딩 많았었어.


이기는 정당, 유능한 경제정당.




안보도 경제도 민주정권이 더 좋았다, 수치로 보자. 괜찮은 거거든요.



워낙 실장님이 미시는 '유능-무능 프레임'에 맞으니까.(웃음) 'Smart is right' 표어 하나 만들어요.




◇안철수, '굴러온 돌'에서 '얄미운 나무'로 진화?

사실 지난번 정책엑스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쟁력 관점에서 봤을 때 중요한 두 가지를 각각 '쌍안'이 얘기했다고 느꼈어요. 하나는 경제고 나머지 하나는 야권을 아우르는 포용, 이 두 가진데 실제 문재인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안철수의 '공정성장론'과 안희정의 '디제이론', 이걸 인용한 것도 그런 의미 때문인 거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희망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울러서 묶는 거는 문재인의 역할이 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는 거 같아요.

좀 더 두고 봐야겠죠 사람이 바뀌기 어려운 건 맞는데 그렇다고 네 석짜리 재보선으로 판단하는 것도 너무 빠르고. 문 대표는 야당에서 지지율 1위고 단기적으로 빠지겠지만 성품이나 여러 면에서 장점이 있는 분이고.


안철수 전 대표의 행보를 보면 긍정적이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공정성장론은 물론 대중적으로 인정받으려면 한참 걸리겠지만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대권 후보로서 메시지를 만들어냈고 선거 때는 먼저 찾아가서 지원하고. 키워드 검색 들어오는 거 보면 안철수에 대한 댓글이나 분위기가 달라지는게 느껴지거든요.

안 대표의 과제는 당장의 지지율을 높이는 게 아니라 이 당에 안착하는거 거든요. 당에 안착해서 굴러온 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게 필요하지. 이번에 플러스 마이너스가 있다면 문재인 대표의 경우 역시 친노의 수장이구나, 하는 이미지가 됐다면 안 대표는 예를 들어 '미워도 내 식구다' 이런 거가 조금은 생긴 거 같아요.

그치그치. 그전까지는 전혀…. 더군다나 재보선에 지원 나갔던 건 동교동계의 지원 거부 논란 때문에 더 가치가 평가받을 수 있는 거고. 그런데 광주는 안뛴 거랑 선거 후 원내대표 추대합의 제안한 거랑 행보가 굉장히 빨라졌거든요.


광주는 안간 거는 안철수 개인으로 보자면 잘했다고 봐요.


사실 천정배와 개인적 인연을 뛰어넘어서 지원을 나갔으면 승리를 시켰어야 되는 그런게 있는 거죠.



그러나 결과는 못 뒤집었을 거고. 문 대표 만난 것도 잘한 거 같아요. 안 대표가 빨리 문 대표를 안 만났으면 문재인 물러나라는 사람들 목소리가 더 높아질 수 있고 '비노'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그렇게 가면 친노 강경파들이 또 맞대응해서 트위터로 싸우고, 그 분위기를 일단 정리해준 게 좋았어요.

원내대표 준비하는 쪽이나 당직자 쪽에선 뜬금없다 이런 반응도 있거든요. 얄미운거죠. 얄미워서 안 전 대표 말처럼 되진 않겠지만 원내대표 경선 하게 되면 안좋은 모습 보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면 다시 한번 이 메시지가 부각이 될 수밖에 없어서….


추대가 될 지 안될지 모르겠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이 그런 식으로 재편될 필요는 있어요. 주류와 반주류가 아니라 주류와 비주류. 새누리당이 그렇다고 보거든요. 김무성쪽, 신주류와 유승민쪽, 결이 다른 부류가 경쟁하고 힘합치고 그런 거잖아. 새정치민주연합도 그런 식으로 돼야 될 필요가 있죠.


◇안희정의 '알리바이'…자기극복의 정치

또 플러스 가점 받고 있는 잠룡이 안희정이잖아요. 충청대망론 여권 주자들이 무너지면서 그렇기도 하고, 문재인 당권, 안희정 대권이란 음모론적 시나리오가 다시 주목받기도 하고.

나는 안희정 지사가 지금까지 구축하려고 했던 이미지가 경제적 실력보다는 성품, 친노인데도 모나거나 싸가지없거나 배타적이거나 그렇지 않은 인물이란 걸로 보는데 재보선에서 문 대표만의 문제가 아니라 친노의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상대적인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는거죠.

충청도 민심이 재밌는데 사람에 대한 갈구랄까, 그런 점에서 이완구, 반기문이 제거됐다 하더라도 충청대망론이 쉽게 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이피'가 있었지만 대통령으로 만들진 못했고 양쪽을 왔다갔다 하면서 실리를 취하는 것에 능했다지만 이번엔 좀 다르지 않을까.

내가 안희정 지사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게 참 욕심이 큰 사람이라는 점. 안희정의 워딩을 가만히 보면은 '지역에 기반하는 정치 옳지 않다' 이렇게 말한단 말이지. 대망론은 내가 말하는 게 아니에요, 남들이 말해주면 거기에 올라타는 거지. 안 지사는 충청을 딛고 전국으로 나가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절대 자기 입으로 말 안하는 거에요.

솔직히 충청향우회 신년교례회 갔을 때 안희정 메시지 보면 충청도 사람들만 모여있으니까 그렇겠지만, 사실 꼭 그렇게만 볼 수 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적절하게 여우처럼 이용을 잘 하고 있는 거죠.


그런 건 한번씩 탁탁 튕겨주면은 되는 거죠. 안희정에 대한 충청대망론이 정말 커진다면 충청도 조심할 거에요. 디제이 때 호남 사람들이 그랬거든요. 말 잘 안하고 누가 될까봐. 디제이도 518 묘지를 되게 늦게 갔어요. 뒤늦게 가서 눈물을 흘리고 그랬는데, 충청도 일심전력으로 안희정을 밀게 되면 오히려 사람들이 조심하고 그러겠지.

안희정의 대권 동력이란걸 보면 충청이란 지역적인 여망보다는 이렇게 무너지는 야권을 복원하고 재건하는 역할에 대한 바람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어떻게 보면 속절없이 계속 지는 야당 정치가 국민들한테 좋은 모습으로 보이길 바라는 그런 부분은 안철수보다 안희정한테 바라는게 더 크지 않나….

시기별로 차기 콘셉트를 본다고 볼 수도 있어요. 안희정이 18대 때 국회의원 공천 배제되고 최고위원으로 복귀할 때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희생했던 남자였거든. 폐족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노무현이 서거한 이후에는 폐족에 가졌던 성찰을 이어갔다고 생각해요. 도지사가 된 다음 시기에는 김대중과 노무현의 적자인 거고. 그 다음 시기에는 나쁜 의미로의 극복이 아니라 이들을 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을 하려하겠죠. 대통령 나간다 치더라도 간판에 김대중과 노무현의 적자라 하겠어? 안하지.

그게 '공칠과삼'이잖아요. 이승만과 박정희까지 아울러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어나가겠다는. 그거에 대해 꼬아서 보는 사람들은 안희정은 언제든 어떤 시점에 갔을 때 변신에 대한 변명거리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고 표현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안 지사가 김대중을 공부한다면 그럴 거에요. 김대중 대통령이 71년 대선에 나왔을 때에는 40대 기수론과 급진적일 정도로 진보적인 모습이었고 87년도 두루마기 입고 반독재 투사 이미지. 92년도에도 87년 때의 모습이 꽤 이어져서 당 플러스 재야가 미는 컨셉이었다면 97년도에 확 바뀌어버렸잖아요. 김대중 대통령도 진화하고 이전의 자기를 극복하고 그런 모습을 보였던 거지, 김대중을 잘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그거를 본다고 생각해요.

'쌍안'이 맺어졌으면 하는 거잖아요. 아녜요? 아녜요?




뭐 맺어줘,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거지.




쌍안은 굉장히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요? 자기들도 그래서 끌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점은 있겠죠 세대적인 공통점이 우선 있고 안철수와 안희정이 만났을 때는 안희정은 386의 냄새와 색깔을 벗어나고 싶어했고 안철수도 기존과 다른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노력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아마 서로에 대해 거부감을 별로 안느꼈던 거 같아요.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지 몰라요. 정치판에선 모르는 거라. 제로섬 관계로 돌입하는 순간에는, 지금에야 제로섬 관계가 아니니까.

문재인과 안철수든, 안철수와 안희정이든, 안희정과 문재인이든, 하여간 잘 되셨음 좋겠네요!



박원순 시장님 섭섭하겠네.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2. 2 "술집 갔지만 술 안 마셨다"는 김호중… 김상혁·권상우·지나 '재조명'
  3. 3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4. 4 "한국에선 스킨 다음에 이거 바른대"…아마존서 불티난 '한국 세럼'
  5. 5 '말 많고 탈 많은' 김호중의 수상한 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