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그들에게 국민참여재판을 강요하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이태성 기자, 황재하 기자, 한정수 기자 | 2015.05.02 06:15

[서초동살롱<62>]조희연 교육감-김형식 의원, 직접 신청한 참여재판…패소하자 부정

조희연 서울시교육감(59)과 김형식 서울시의원(45).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받은 끝에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점입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조 교육감은 지난달 각각 서울남부지법과 서울중앙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고, 재판부도 마찬가지 판단을 내렸다는 점도 서로 똑같습니다.

공통점은 또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재판이 끝난 뒤 국민참여재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이들의 주장대로 국민참여재판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진=뉴스1

◇국민참여재판 주장하던 조 교육감 "법률 잘 모르는 배심원들"

선거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고승덕 당시 후보를 허위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은 공판준비 과정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둘러싸고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검찰은 배심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은 평결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대며 국민참여재판을 반대했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곳인 서울의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선정되는데, 이들 모두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유권자이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 교육감은 국민참여재판을 계속 주장했고, 재판부도 양측 의견을 종합한 끝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심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조 교육감이 그토록 원했던 국민참여재판의 결과는 그에게 좋지 않았습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형을 받은 것입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자리를 잃고 수십억원에 달하는 선거보전금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자 조 교육감의 태도는 달라졌습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법률을 잘 모르시는 배심원들께서 굉장히 미시 법률적 판단을 하셨다"고 말했고, 논란이 불거지자 며칠 만에 사과했습니다.

김형식 서울시의원 /사진=뉴스1

◇항소심 재판부 "김 의원 국민참여재판, 문제 없었다"

1심에서 살인교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 의원은 항소심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을 다룬 언론 보도를 접한 배심원들이 선입견을 가진 채 치우친 판단을 하게 됐다는 논리입니다.

김 의원은 "배심원들이 유죄를 예단한 채 재판에 임했고, 언론에서 관련 보도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에는 부적절한 점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을 선정하는 단계에서 김 의원이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한 충분한 참여권을 보장받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김 의원의 혐의에 대한 판단은 항소심에서도 달라지지 않았고, 형량도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것은 피고인

혐의의 정도도 크게 다르고 국민참여재판의 문제점을 지적한 방식도 달랐던 두 사람이 나란히 비판을 받은 데는 비슷한 이유가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이 다름아닌 이들 자신의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주체는 피고인입니다. 이에 따라 재판장은 형사재판을 시작하면 공판준비절차에서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 진행 의사를 묻습니다. 전적으로 피고인 자신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건강한 사회라면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구나 조 교육감과 김 의원은 판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불리한 판결이 나오자 재판부의 판단뿐 아니라 국민참여재판의 공정성과 판단 능력까지 비판했습니다. 조 교육감과 김 의원 자신들이 직접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인데도 말입니다.

◇승복할 줄 모르는 태도 달라지지 않으면 어떤 사법제도도 무용지물

서두에 조 교육감과 김 의원이 연관성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 두 사람은 또 하나의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을 맡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두 사람은 법리에 의해서만 사건을 판단하는 판사보다 시민들의 선량한 법 감정을 믿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대중적 인기를 자신한 나머지 배심원들의 판단도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 기대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적어도 자신에게 보다 유리한 결과를 기대하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원치 않던 결과가 나오자 배심원들을 탓하는 행태는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직접 신청한 국민참여재판 결과도 비판하는 이들이 과연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에 승복할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 앞서는 이유입니다.

자신의 주장과 다른 결과에 대해 승복할 줄 모른다면 국민참여재판 아닌 어떤 사법제도도 이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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